[신산업 메카 대구] 전국 첫 노사정 평화선언… 노사 함께 유럽서 투자유치 활동 펼쳐

대구형 노사상생협력 통했다

노조가 '투쟁 머리띠' 벗어던지고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자제하자
기업은 고용의 질 개선으로 화답

삼익THK· KB와이퍼시스템 등 상생협약 맺고 협력문화 정착

보쉬·KB와이퍼시스템 등 투자 유치·기업 이전 이끌어
2014년 9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오른쪽 일곱 번째)과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대구경영자총협회, 대구상공회의소, 대구시의회, 고용노동부 등 6개 기관 대표가 대구 노사정평화 대타협 협약서에 서명하고 기업유치 결의를 다졌다. 대구시 제공
현대중공업그룹(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중공업)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 본사가 대구로 옮겨간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가 기계로봇 관련 산업의 집적지이자 수요처라는 장점 외에 안정된 대구 노사문화와 노사평화도시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현대로보틱스의 본사 유치 전에 대구시는 현대커민스엔진이라는 현대중공업 계열사를 유치했다. 2012년 현대중공업과 세계 최대 엔진전문생산업체인 커민스가 합작한 이 회사는 2014년 5월 준공 후 가동에 들어갔지만 글로벌 경기부진 탓에 1년도 채 안돼 문을 닫아야만 했다. 심혈을 기울여 오랜만에 대기업 계열사를 유치한 대구시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시민단체에서는 책임자 문책을 들고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대구시는 현대중공업 경영진을 상대로 끈질긴 구애작전을 펼쳐 현대로보틱스의 대구 이전을 성사시켰다.

안중곤 대구시 투자통상과장은 “글로벌 기업인 보쉬와 경창의 합작사인 KB와이퍼시스템, 현대로보틱스의 유치는 대구의 노사안정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현대커민스엔진이 글로벌 경기 부진 탓에 대구 착근을 못했지만 대구의 노사안정문화는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뇌리에 각인됐다. 중국과 대구를 저울질하던 현대로보틱스 경영진이 본사 이전을 결행한 중요한 원인이 됐다.

기업유치의 불모지 대구가 민선 6기 3년4개월 만에 투자유치 2조원을 돌파한 것은 ‘대구형 노사상생협력’ 모델을 세우고 노사평화 도시의 기반과 문화를 확립한 것이 밑바탕이 됐다. 권영진 시장 취임 직후인 2014년 9월26일 대구시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 최초로 대구노사정 평화대타협을 선언했다. 노동계는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붉은 머리띠와 조끼를 추방했다. 경영계는 일자리창출과 근로자 복지향상, 고용의 질 개선을 약속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대구시, 대구고용노동청은 노사상생의 신문화와 근무시설 개선 및 복지 향상을 지원했다. 삼익THK, KB와이퍼시스템, 샤니 영남공장 등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5개 기업이 상생협약을 맺었다.

대구시의 노사 화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2015년 10월 권 시장의 유럽 투자유치 출장이다. 대구시 투자유치 세일즈단에 진영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과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이 동행했다. 노조가 앞장서 ‘기업하기 좋은 대구’를 해외기업들에 알린 것이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서 대구시의 투자유치 에 가속도가 붙었다.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지역산업 전반에 착근된 노사평화 협력의 문화는 대구국가산업단지 등 신규 산업용지(2000만㎡), 동대구벤처밸리와 대구삼성창조캠퍼스로 대표되는 창업생태계, 대구에서 시작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 사업으로 채택한 기업육성지원사업(스타기업)과 어우러져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대구형 일자리창출 통합거버넌스’를 구축해 노동단체 주도로 기업과 협력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구가 아직까지는 청년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청년층의 역외유출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런 노력 덕분에 제조업분야 취업자 증가는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제조업취업자는 2014년 3분기 23만7000명에서 올 3분기 25만8000명으로 2만1000명 증가했다. 상용근로자도 2014년 53만7000명에서 올해 56만4000명으로 늘었다. 20대 청년 역외유출은 2014년 7151명에서 2015년 6051명, 지난해는 4813명으로 감소 추세다.30대의 유출비중은 서울 34%, 부산 18.7%, 광주 18.4%, 울산 7.7%에 비해 대구는 5.2%로 가장 낮다.

김연창 경제부시장은 “아무리 좋은 그릇(산업단지)과 정책을 마련해도 노사평화가 없는 도시는 기업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대구형 일자리창출 모델은 바로 노동계와 함께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