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타이타닉', 객석 홀린 합창의 전율…춤·군무는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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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골로 제작한 좁은 통로가 건물 4층 높이로 무대에 설치돼 있다. 이 통로 구조물은 심지어 무대 바깥으로도 뻗어나와 극장 벽에 있는 별도의 통로에 연결돼 있다. 구조물은 스스로 움직이거나 화려한 무대장치가 달려 있지 않다. 대형 선박의 내부 구조처럼 단순하다. 그러나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 이 구조물에 배우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촘촘히 올라가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를 합창하자 무대가 꽉 찬 듯했다.
국내에서 첫 막을 올린 뮤지컬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다. 이 공연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으며 내년 2월11일까지 계속된다.공연기획사 오디컴퍼니는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 라이선스를 구입해 재창작(논레플리카)한 뒤 국내 무대에 올렸다. 오디컴퍼니는 이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 역수출하기 위해 미국 극장 측과 협의 중이다. 타이타닉은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할 자신 있다”고 공언한 작품이다.
영화 ‘타이타닉’과 줄거리가 판이하다. 영국에서 출항해 미국으로 향하는 타이타닉호는 신분 상승과 부 축적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배에 승선한 사람들은 배의 출항을 각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으로 여긴다. 3등실 승객은 배의 목적지인 미국에 도착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 한다. 2등실 승객은 초호화 시설을 갖춘 1등실에 승선한 사람과 어울리며 상류층 인맥을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욕망은 파멸을 몰고온다. 선장은 안전하게 항해해야 한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미국에 최대한 빨리 도착하라는 선박 회사의 요구에 따라 배의 속도를 계속 올린다. 배는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다. 문제가 생기자 배에 탄 이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자중지란이 벌어진다.넘버 가사로 대사를 읊으며 펼쳐지는 부드러운 스토리 전개는 이 작품의 장점이다. 뮤지컬이 다른 무대공연과 차별화되는 점은 노래로 스토리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인데 이런 매력을 잘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넘버를 부를 때는 스토리 진행이 멈추는 최근의 많은 작품과 차별화된다.
두드러지는 주인공이 없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유명 뮤지컬 ‘캣츠’처럼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 극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된다. 배가 침몰할 때 모든 배우가 일시에 동작을 멈추는 장면이 반복되며 각 등장인물이 각자의 염원을 말하는 부분이 이 극의 클라이맥스다.
화려한 대형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은 이 작품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형 뮤지컬의 스케일에 맞는 군무가 없고 무대장치 변환도 없어 정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관객은 “넘버도 다채롭지 못했다. 왈츠풍의 비슷한 넘버가 반복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국내에서 첫 막을 올린 뮤지컬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다. 이 공연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으며 내년 2월11일까지 계속된다.공연기획사 오디컴퍼니는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 라이선스를 구입해 재창작(논레플리카)한 뒤 국내 무대에 올렸다. 오디컴퍼니는 이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 역수출하기 위해 미국 극장 측과 협의 중이다. 타이타닉은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할 자신 있다”고 공언한 작품이다.
영화 ‘타이타닉’과 줄거리가 판이하다. 영국에서 출항해 미국으로 향하는 타이타닉호는 신분 상승과 부 축적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배에 승선한 사람들은 배의 출항을 각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으로 여긴다. 3등실 승객은 배의 목적지인 미국에 도착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 한다. 2등실 승객은 초호화 시설을 갖춘 1등실에 승선한 사람과 어울리며 상류층 인맥을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욕망은 파멸을 몰고온다. 선장은 안전하게 항해해야 한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미국에 최대한 빨리 도착하라는 선박 회사의 요구에 따라 배의 속도를 계속 올린다. 배는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다. 문제가 생기자 배에 탄 이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자중지란이 벌어진다.넘버 가사로 대사를 읊으며 펼쳐지는 부드러운 스토리 전개는 이 작품의 장점이다. 뮤지컬이 다른 무대공연과 차별화되는 점은 노래로 스토리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인데 이런 매력을 잘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넘버를 부를 때는 스토리 진행이 멈추는 최근의 많은 작품과 차별화된다.
두드러지는 주인공이 없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유명 뮤지컬 ‘캣츠’처럼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 극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된다. 배가 침몰할 때 모든 배우가 일시에 동작을 멈추는 장면이 반복되며 각 등장인물이 각자의 염원을 말하는 부분이 이 극의 클라이맥스다.
화려한 대형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은 이 작품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형 뮤지컬의 스케일에 맞는 군무가 없고 무대장치 변환도 없어 정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관객은 “넘버도 다채롭지 못했다. 왈츠풍의 비슷한 넘버가 반복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