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 방아쇠 역할" vs "일본 지진으로 지각 약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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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원인 '논란'
지질학회 등 긴급 포럼…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유발지진일 가능성 크다"
"지하에 물 주입할 때마다 미소지진 발생한 게 증거"
"한반도 지각 재배치 결과"
물 주입량 적어 연관성 의문… 포항주변 지각 0.2~1㎝ 이동
정부, 정밀진단 착수
국제전문가로 조사단 구성… 발전소 건설 잠정 중단키로
대한지질학회와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대한지질공학회는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포럼을 열고 포항 지진 원인과 전망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국내 지진·지질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주요 4개 학회가 함께 이런 자리를 만든 건 이례적이다.첫 발표자로 나선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이번 지진이 일어나기 전 포항 흥해읍에서 수많은 미소지진이 감지됐다”며 “본진에 앞서 지난 10일 설치한 지진계 8대로 관측한 결과에서 진앙과 지열발전소가 6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열발전소 지하에 구멍을 뚫는 시추 과정에서 주입한 물이 지진의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네 차례 지하에 물을 주입했는데 그때마다 미소지진이 일어났다”며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관련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열발전소는 땅속 열로 물을 데워 수증기로 만든 뒤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지하 깊은 곳까지 물을 내려보내려면 파이프를 뚫어야 하는데 시추 과정이나 발전 과정에서 다량의 물을 지하에 넣는다. 이렇게 주입된 고압의 유체(물)가 땅속 단층면의 빈 공간을 벌리거나 특정 지층의 부피를 변화시켜 주변 단층에 힘을 가하면 지진으로 이어진다. 이번 지진의 원인으로 지열발전소를 처음으로 지목한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2011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일어난 규모 5.6 지진도 석유가스 생산을 위해 지하에 주입한 물이 원인이었다”며 “포항 지진(규모 5.4)도 지하자원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중앙재난안전관리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제전문가로 조사단을 꾸려 정밀 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간은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산업부는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발전소 건설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땅이 늪처럼 물렁물렁해지는 ‘액상화’ 현상이 일어난 지역을 찾기 위한 현장조사에 착수해 다음주 1차 분석 결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정종제 중대본 총괄조정관은 “총 10개소에 대한 시추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분석은 1개월 정도 걸리며 다음주에 개략적인 분석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태/박상용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