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BUSINESS] 씹기 편한 스테이크… '실버 푸드' 뜬다

막오른 '고령 친화 식품' 전쟁

3년 뒤 시장규모 16조6000억 전망… 업계, 씹기 쉬운 '연화식' 개발 가속
현대그린푸드, 뼈째 먹는 생선 선봬… 아워홈, 효소 활용 기술 특허 출원
일본은 세계에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1994년 고령사회로 들어선 데 이어 2006년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일본에서는 치아가 불편한 노인이 씹기 편하도록 조리한 연화식(軟化食)을 각 가정에 배달하는 등 ‘실버 푸드’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국내에서도 실버 푸드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2026년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노인 인구 증가에 맞춰 국내 식품업체들도 실버 푸드를 개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연화식 기술 개발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등을 포함한 국내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는 2011년 5104억원에서 2015년 7903억원으로 5년 새 54.8% 성장했다. 관련 업계는 2020년 이 시장이 16조6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버 푸드 시장을 둘러싼 식품·유통업계 간 선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10월 국내 최초로 연화식 기술을 개발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연화식 전문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론칭하며 실버 푸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연화식은 맛과 형태를 일반 음식과 같게 유지하면서 씹고 삼키기 편하도록 조리한 음식을 뜻한다. 병원 등에서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 어려운 환자에게 제공하는 액상의 연하보조식과는 다른 형태다. 치아 등 구강 구조가 약한 고연령층이나 유·아동이 주요 타깃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관련 선진국인 일본에선 연화식을 병원뿐만 아니라 편의점 등에서 가정간편식(HMR)으로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고 말했다.이 회사는 연화식 생산을 위해 국내 최초로 ‘포화증기 조리기’를 도입했다. 포화증기 조리기는 기압과 진공 공법을 활용해 재료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식품 제조가 가능한 시설이다. 별도의 효소를 첨가하지 않는 친환경 공법을 통해 연화 수준 조절도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그린푸드는 뼈째 먹는 생선 8종(가자미 고등어 등)을 중앙보훈병원 등에서 환자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20종의 연화식 상품을 개발했고 제품 종류를 100여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주연 현대그린푸드 푸드운영기획팀장은 “1년간 연화식 제조 전담팀을 꾸려 일본 등의 조리 기술을 연구해 연화식 제조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며 “연령과 건강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거운 식사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그리팅 소프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아워홈도 실버푸드 시장 진출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국내 최초로 효소를 활용한 연화 기술을 개발, 실버 푸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올 10월 효소를 통해 육류 떡류 견과류의 물성을 조절하는 기술 세 건을 특허 출원했다. 고기 떡 견과류는 영양학적으로 필수권장 식품군에 속한다. 이들 음식은 노화에 따른 치아 및 소화 기능 약화로 고령자들이 섭취에 애로를 겪는 대표 품목이다.

아워홈이 특허 출원한 육류 연화 기술은 육질이 질긴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모든 적색육의 물성을 조절할 수 있다. 프로테아제를 감압 방식으로 고기에 침투시켜 육질의 부드러운 정도를 30~70%까지 원하는 수준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아워홈은 육류 떡 견과류를 활용한 고령자친화식품을 시험 생산 중이다. 시장성 테스트를 거쳐 내년 안에 소고기사태찜, 구이용 가래떡 등 고령층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미영 아워홈 식품연구원 영양기능성팀장은 “2012년부터 병원 요양원 실버타운의 위탁 급식을 운영하며 축적한 노인 및 환자 식단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령자에게 균형 있는 영양과 식생활의 재미를 선사하는 실버 푸드 상품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한경비즈니스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