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산물 수출 '김의 변신' 을 배워야

"참치 제치고 수출 1위 오른 '김'처럼
품질인증·상품 다양화에 힘써야"

박신철 <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원장 >
지난 8~10일 부산 벡스코에서 ‘2017 부산국제수산무역 엑스포’가 열렸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아시아 3대 수산식품 전문 무역박람회답게 20개국 400여 개 업체와 기관이 참가해 각자 개발한 다양한 수산식품을 선보이고 비즈니스 상담을 펼쳤다. 관람객들도 수산식품의 현재와 발전 방향을 눈으로 확인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세계 수산물 교역규모는 2014년 기준 2795억달러에 달하며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의 수산물 교역규모도 2015년 64억8000만달러에서 2016년 69억2000만달러로 1년 새 6.8% 증가했다. 하지만 수산분야 교역이 증가할수록 무역역조가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연근해 수산자원의 감소 등으로 우리나라의 수산물 자급률이 2010년 78%에서 2015년 71.5%로 매년 감소하고 있어 수산분야 무역역조는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어떻게 해야 수산분야 무역역조를 해소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 답을 수산물 품질인증 제도에서 찾고 싶다. 수산물 품질인증 제도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수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해 우리 수산물의 품질을 향상시켜 국내산 수산물의 소비를 진작하고, 대외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까지 총 8종의 품질인증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품질인증 제도가 도입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현재 등록된 상품은 565개에 불과하고 우리의 품질인증 제도에 대한 외국의 인지도 또한 낮은 실정이다. 품질인증 제도가 이렇듯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수산물 생산·유통 관계자들의 소극적인 품질인증 신청 및 수산가공식품 개발 노력, 소비자들의 품질인증 제품에 대한 인식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김’이다. 김은 전체 565개 품질인증 제품 중 143개를 차지할 만큼 업체들이 품질인증 획득에 적극 노력했으며, ‘스낵김’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왔다. 소비자들도 이에 화답하듯 품질인증 김을 적극 구매한 까닭에 국내 김 소비량 중 품질인증 제품의 비중이 2012년 0.5%에서 2016년 14.5%로 급격히 확대됐다.이런 선순환 결과 김은 부동의 수산물 수출 1위를 차지하던 참치를 뛰어넘어 2017년 수출액 5억달러 달성을 눈앞에 둔 효자 상품으로 성장했다. 김의 성공사례는 우리 수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다행히 최근 1, 2인 가구의 증가세에 발맞춰 수산업계도 진공팩 손질 생선 제품, 레토르트 식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이런 제품들이 소비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맞춤형 인증제도의 개발 및 인증 제품의 소비 확산이 필요하다. 정부도 변화하는 수산물 소비 트렌드에 맞춰 현재 8종인 수산물 품질인증 제도를 5개로 단순화하는 한편, 외국과 동등한 인증제도 지위를 확보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인증제도를 개발해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 수산물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은 탄탄한 내수시장에 있다. 품질인증 표시가 있는 수산물을 식탁에 올려보자. 소비자의 선택이 우리 수산물의 품질을 높이고, 수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밀알이 될 것이다.

박신철 <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