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하도급거래 가장 큰 애로는 '부당감액'

중기중앙회 하도급 실태 조사

어음 수취기간 평균 109일
현금결제보다 3.3배 길어
절반 이상 표준계약서 안써

중기부, 수·위탁거래도 조사
#1. 자동차 부품 생산설비 제작업체 A사는 원사업자로부터 설비제조를 위탁받아 납품까지 마쳤다. 하지만 계약조건 수정을 이유로 원사업자가 회수해간 계약서 원본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원사업자는 구두로 추가 발주까지 약속했지만 이미 납품한 설비 대금도 일부 주지 않은 상태다.

#2. 목재 제조업체 B사는 매출의 60%를 어음으로 받는다. 어음 수취기간은 평균 30일이지만 금액이 큰 경우 90~120일로 늦어지면서 총 수취기간이 90일을 넘어섰다. 대출이자 등을 갚을 현금이 필요하면 대표의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6일 밝힌 불공정 하도급 사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중소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2017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납품대금을 어음으로 받으면 현금결제보다 결제 기간이 3.3배 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도급계약 열 건 중 여섯 건(58.2%)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표준계약서 미사용 여섯 건 중 네 건은 발주서나 이메일, 구두로 위탁이 이뤄져 불공정행위가 발생해도 수급·하도급사업자의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원사업자의 하도급거래 위반행위는 부당 감액(50.0%), 부당 대금 결정(34.6%), 부당 특약(26.9%), 부당 반품(11.5%), 경제적 이익 부당 요구(7.7%) 순이었다.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원사업자의 의무행위 위반사항으로는 서면 발급 의무 위반(54.2%), 선급금 지급 의무 위반(37.3%)이 꼽혔다. 원사업자와 수급·하도급사업자 간 계약에 필요한 정보가 사전에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도급대금 중 현금의 평균 수취기일은 33.2일인 데 비해 어음은 109.7일(평균 수취기일 34.4일+평균 만기 75.3일)로 법정 대금 지급 기한(60일)보다 약 50일 더 걸렸다. 납품일 기준 60일을 초과해 어음결제가 이뤄지면 법정할인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받지 못하는 업체가 70.9%에 달했다.

중소제조업체가 받는 하도급대금의 결제 수단별 비중은 현금(현금성 포함)이 77.9%, 어음이 21.8%였다. 정부는 2020년까지 어음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이다.다만 하도급거래가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5.6%로 2016년(11.2%)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위탁거래상 불공정행위를 줄이기 위해 27일부터 내년 4월까지 ‘2017 수·위탁거래 정기 실태조사’를 한다. 수·위탁거래란 제조, 가공, 수리, 판매를 하는 자가 이를 중소업자에 위탁해 납품받는 것이다. 중기부는 제조·건설·용역업종 위탁기업 1500곳 및 이들 기업과 거래한 수탁기업 5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와 이들 마트에 자체상표(PB) 상품을 제조해 납품하는 기업 90곳도 조사한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문혜정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