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일 아이진 대표 "당뇨성 망막병증 2a상서 긍정적 신호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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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뇨성 망막병증 임상 2a상의 중간 결과를 검토했습니다. 환자 15명의 투약 전후를 비교한 결과 'EG-Mirotin'이 당뇨성 망막병증의 황반부종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지난 24일 서울 가양동 본사에서 만난 유원일 아이진 대표(사진)는 임상 2a상의 중간 검토 결과, 약이 작동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이진은 사람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해 당뇨성 망막병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현재 프랑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 2a상은 30명의 환자가 대상이다. 10명씩 세 그룹으로 나눠 치료제 후보물질 '이지미로틴(EG-Mirotin)' 1mg 및 2mg, 위약을 투여해 효능을 비교할 계획이다. 의사와 환자가 모두 위약 여부를 모르는 이중 눈가림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2a상이 종료되지 않아 어떤 환자들이 이지미로틴을 투여받았는지 모르지만, 증상이 유지되거나 악화된 군(효능이 없는 군)과 호전된 군(효능이 있는 군)으로 구분돼 긍정적 추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당뇨성 망막병증 임상, 내년 속도 빨라질 것
아이진은 이지미로틴의 임상 2a상을 2015년 시작했다. 당뇨성 망막병증의 주요 증상인 황반부종에 대한 효능 입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뇨성 망막병증은 지속적인 고혈당과 대사 이상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나타나는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이다. 당뇨 환자의 약 25%가 망막병증을 동반하고 있다.유원일 대표는 "이지미로틴의 근원 물질인 'EGT022'는 손상된 미세혈관의 구조를 정상화 및 안정화시켜 망막병증의 진행을 막는다"며 "기존에 출시된 혈관생성 억제제인 로슈의 루센티스와 리제네론의 아일리아와는 치료 방법이 다른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이라고 말했다.
당뇨성 망막변증은 발병하면 망막의 미세혈관이 점진적으로 손상되는 비증식성 망막증(NPDR)에서 혈액 공급 이상으로 신생 혈관이 생성되는 증식성 망막증(PDR)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시력 감퇴나 실명을 초래한다.
이지미로틴은 아직 치료제가 없는 NPDR 단계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이 두꺼워지는 황반부종을 완화시키고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PDR로의 진행을 막을 것으로 기대된다.루센티스와 아일리아는 신생혈관으로 인해 황반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황반변성을 주요 적응증으로 한다. 또 이들은 안구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심이 크다. 이지미로틴은 피하 주사제로 개발되고 있다.
아이진은 당뇨성 망막병증 환자 중 75%가 NPDR 단계에 있기 때문에 개발 성공 시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 대표는 당초 일정보다 늦어졌던 이지미로틴의 2a상이 내년부터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줬던 루센티스와 아일리아의 황반부종 적응증 확대 임상이 완료됐고,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당뇨성 망막병증 환자의 임상 참여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는 "혈당 관리를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많다"며 "아이진은 올해 저용량 아스피린과 이지미로틴을 함께 투약하더라도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후속 실험을 수행했고, 유럽의약품청(EMA)에 임상 계획 변경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임상 계획 변경에 대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최근 현재의 프랑스 6개 병원에 헝가리 2개 병원을 추가하는 승인을 얻었다.
임상 2a상 이후 기술수출 협상 본격화
아이진은 임상 2a상 완료 이후 이지미로틴의 본격적인 기술수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지미로틴은 스위스에서 전임상, 네덜란드에서 임상 1상을 수행하는 등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기술수출에 대한 논의는 1상 단계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진행해 왔다.
유 대표는 "이지미로틴의 임상 2a상은 내년 마무리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2b상을 준비할 예정인데, 2b상 공동연구를 포함한 조건부 기술수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수출의 전체 규모를 키울 수 있다면 2b상 진입 이후 기술수출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지미로틴의 치료 물질인 EGT022의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한 다른 임상들도 진행되고 있다. EGT022이 피하 주사로도 미세혈관이 손상된 곳을 찾아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욕창과 심근허혈·재관류손상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자궁경부암 백신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신흥국 국영 백신업체와의 계약이 목표다. 유 대표는 "내년 가장 중요한 계획은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의 성공적인 종료"라며 "당뇨성 망막병증 치료제는 물론 국내에서 2상 중인 욕창 치료 연고제도 내년 말까지 임상 과정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이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17년 전 창업 당시나 지금이나 '세계 수준의 바이오벤처'라고 덧붙였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지난 24일 서울 가양동 본사에서 만난 유원일 아이진 대표(사진)는 임상 2a상의 중간 검토 결과, 약이 작동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이진은 사람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해 당뇨성 망막병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현재 프랑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 2a상은 30명의 환자가 대상이다. 10명씩 세 그룹으로 나눠 치료제 후보물질 '이지미로틴(EG-Mirotin)' 1mg 및 2mg, 위약을 투여해 효능을 비교할 계획이다. 의사와 환자가 모두 위약 여부를 모르는 이중 눈가림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2a상이 종료되지 않아 어떤 환자들이 이지미로틴을 투여받았는지 모르지만, 증상이 유지되거나 악화된 군(효능이 없는 군)과 호전된 군(효능이 있는 군)으로 구분돼 긍정적 추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당뇨성 망막병증 임상, 내년 속도 빨라질 것
아이진은 이지미로틴의 임상 2a상을 2015년 시작했다. 당뇨성 망막병증의 주요 증상인 황반부종에 대한 효능 입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뇨성 망막병증은 지속적인 고혈당과 대사 이상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돼 나타나는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이다. 당뇨 환자의 약 25%가 망막병증을 동반하고 있다.유원일 대표는 "이지미로틴의 근원 물질인 'EGT022'는 손상된 미세혈관의 구조를 정상화 및 안정화시켜 망막병증의 진행을 막는다"며 "기존에 출시된 혈관생성 억제제인 로슈의 루센티스와 리제네론의 아일리아와는 치료 방법이 다른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이라고 말했다.
당뇨성 망막변증은 발병하면 망막의 미세혈관이 점진적으로 손상되는 비증식성 망막증(NPDR)에서 혈액 공급 이상으로 신생 혈관이 생성되는 증식성 망막증(PDR)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시력 감퇴나 실명을 초래한다.
이지미로틴은 아직 치료제가 없는 NPDR 단계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이 두꺼워지는 황반부종을 완화시키고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PDR로의 진행을 막을 것으로 기대된다.루센티스와 아일리아는 신생혈관으로 인해 황반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황반변성을 주요 적응증으로 한다. 또 이들은 안구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심이 크다. 이지미로틴은 피하 주사제로 개발되고 있다.
아이진은 당뇨성 망막병증 환자 중 75%가 NPDR 단계에 있기 때문에 개발 성공 시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 대표는 당초 일정보다 늦어졌던 이지미로틴의 2a상이 내년부터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줬던 루센티스와 아일리아의 황반부종 적응증 확대 임상이 완료됐고,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당뇨성 망막병증 환자의 임상 참여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는 "혈당 관리를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많다"며 "아이진은 올해 저용량 아스피린과 이지미로틴을 함께 투약하더라도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후속 실험을 수행했고, 유럽의약품청(EMA)에 임상 계획 변경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임상 계획 변경에 대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최근 현재의 프랑스 6개 병원에 헝가리 2개 병원을 추가하는 승인을 얻었다.
임상 2a상 이후 기술수출 협상 본격화
아이진은 임상 2a상 완료 이후 이지미로틴의 본격적인 기술수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지미로틴은 스위스에서 전임상, 네덜란드에서 임상 1상을 수행하는 등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기술수출에 대한 논의는 1상 단계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진행해 왔다.
유 대표는 "이지미로틴의 임상 2a상은 내년 마무리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2b상을 준비할 예정인데, 2b상 공동연구를 포함한 조건부 기술수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수출의 전체 규모를 키울 수 있다면 2b상 진입 이후 기술수출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지미로틴의 치료 물질인 EGT022의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한 다른 임상들도 진행되고 있다. EGT022이 피하 주사로도 미세혈관이 손상된 곳을 찾아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욕창과 심근허혈·재관류손상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자궁경부암 백신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신흥국 국영 백신업체와의 계약이 목표다. 유 대표는 "내년 가장 중요한 계획은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의 성공적인 종료"라며 "당뇨성 망막병증 치료제는 물론 국내에서 2상 중인 욕창 치료 연고제도 내년 말까지 임상 과정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이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17년 전 창업 당시나 지금이나 '세계 수준의 바이오벤처'라고 덧붙였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