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 수출 막은 현대차 노조… 31년간 4년 빼고 매년 파업 20조 날려

현대차 노조 또 파업

올 들어서만 9번째 파업
코나 증산 막기 위해 울산1공장 이틀간 파업
일부 라인은 쇠사슬로 묶어
사측 "고객 다 놓친다"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작년에도 24일간 파업… 14만여대 생산 차질 '최대'
조합원 임금 손실도 크고 협력사는 경영난 시달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미국 수출을 위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증산을 요구한 사측에 맞서 생산라인 일부를 쇠사슬로 묶는 등 물리력까지 동원했다. 올 들어서만 아홉 번째 파업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31년간 4년만 빼고 해마다 파업을 벌였다. 전체 누적 매출 손실만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대표적 고임금 근로자들이 왜 걸핏하면 파업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고객 다 놓쳐”현대차 노조는 코나 증산을 막기 위해 지난 27일 울산 1공장의 11, 12생산라인을 멈춰세운 데 이어 28일 오후 10시까지 이틀간 파업을 했다. 이로 인해 1공장 11라인에서 생산하는 코나와 소형 세단 엑센트, 12라인의 엑센트 생산이 중단됐다. 노조는 일단 파업을 풀고 공장을 다시 돌리기로 했다.

회사 측은 다음달 초 미국 수출을 위해 11라인에서만 만들던 코나를 12라인에서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근로자 1인당 작업 시간(맨아워) 문제로 노조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다급한 회사 측이 수출 선적 기한을 맞추기 위해 12라인에서 코나 증산에 나서려 했지만 1공장 노조원들이 이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단협 규정에 따라 신차를 양산하거나 추가 생산을 하려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 11, 12 두 생산라인이 있는 1공장은 노조원 약 3500명을 포함해 총 39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파업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합법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이날 늦게 파업을 풀고 공장을 가동하기로 했지만, 코나 증산 여부에 대해선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회사는 이틀간 진행된 파업을 임단협과 상관없는 불법 행동으로 보고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울산공장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최악의 판매 부진 상황 속에서 해외 주문이 몰리는 공장까지 세워버리면 어떡하란 말이냐”며 “작업 지시를 거부한 엄연한 불법 파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의) 협의권 남용으로 생산을 못해 고객을 놓치고 불법 파업으로 임금 손실까지 발생하는 현 상황이 과연 맞는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31년간 436회 파업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 8월 말까지 여덟 번의 부분 파업을 벌였다. 이어 27일부터 이틀간 아홉 번째 파업(1공장)을 벌였다. 6년 연속 파업이다. 이에 따라 3만8000여 대(27일 1230대 포함)의 생산차질이 빚어져 80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24일간 파업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14만2000대의 생산차질 피해(매출 손실 3조1000억원)를 입었다.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94년, 2009~2011년 등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였다. 총 436회에 걸친 파업에서 발생한 누적 생산 차질만 147만여 대에 달한다. 누적 매출 손실은 19조4000억원이다. 이번 파업으로 손실은 더 커졌다.

회사만 손실을 보는 게 아니다. 노조 집행부에 이끌려 거리로 나온 조합원들이 파업과 특근 거부로 받지 못하는 임금 손실도 만만치 않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서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마찬가지다. 1991년부터 올해까지 27년간 두 해 빼고 25년간 매년 파업했다. 누적 매출 손실은 11조원에 이른다. 현대·기아차 두 회사를 합해 그동안 파업으로만 30조원을 날린 셈이다.현대·기아차 노조가 밥먹듯 파업을 반복할 때마다 협력업체들은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다. 두 회사의 협력업체는 2·3차 협력사를 합쳐 5000개가 넘는다. 지난해에만 파업으로 4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봤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 주변 지역 경제도 피멍이 들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 파업에 따른 협력사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지역 상권 전체가 흔들려서다.

장창민/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