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껴안기' 나선 중국, 수십억유로 보따리 푼다

중·동유럽 16개국과 정상회의
투자펀드 조성 등 '일대일로' 포석
중국이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 보따리를 풀며 동유럽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중·동부유럽(CEEC) 16개국과 중국 간 정기협의체인 ‘16+1’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헝가리를 찾아 중·동부유럽에 수십억유로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리 총리는 이날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6차 중국·CEEC 경제통상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과 CEEC 간 인터뱅크협회를 설립하고 CEEC 개발협력펀드를 추가 조성하겠다”고 밝혔다.리 총리는 중국개발은행이 인터뱅크협회를 통해 개발정책협력 자금으로 20억유로(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하고 10억달러(약 1조895억원) 규모의 투자협력펀드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금융채널을 더 확대해야 한다”며 “중·동부유럽 국가 기업이 중국에서 국제위안화채권(판다본드)을 발행하는 것도 돕겠다”고 덧붙였다.

‘16+1’은 중국과 중·동부유럽 16개 국가 간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2012년 출범했다.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양자 간 교역액은 2012년 521억달러에서 지난해 587억달러로 13% 증가했다. 이 중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전체 교역에서 중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2012년 이후 중국 은행들은 이 지역 내 인프라 건설과 관련 산업에 150억달러를 지원했다. 세르비아에 19억달러, 헝가리 15억달러, 체코에는 3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화력발전소 건설, 세르비아의 제레자라 스메데레보 철강사 인수, 베오그라드 다뉴브강 대교 개통, 헝가리~세르비아 간 철도 건설 등의 사업도 이뤄졌다.중국과 동유럽 국가의 밀월관계가 깊어지면서 유럽연합(EU) 집행부와 서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16+1’을 지렛대로 삼아 EU의 대응력을 약화하고, CEEC는 EU 내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FP통신은 중유럽과 동유럽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