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칼국수로 '인생 2막' 열었죠" 서울대 나온 '국수 박사'

칼국수 한마당의 한승양 대표. 서울대 출신 '칼국수장이'다.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퇴직하면서 '이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 하고 마음 먹었죠.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던 칼국숫집을 차린 겁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문을 연 '칼국수 한마당'의 한승양 대표(57·사진)는 온화한 말투로 창업하게 된 이야기를 꺼냈다. 한 대표는 전주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에서 공부했다. 졸업 이후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 전신) 채권부에 들어가 국민연금 채권 운용팀장에 이르기까지 한 대표는 이른바 '정통 금융맨'이다. 우리나라 채권 시장의 발전을 위해 맨 앞에서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2000년대 중반 금융권에서 퇴직하고 나와 용인·분당 지역에서 칼국숫집을 차렸다. 5년 동안 직영점을 4곳이나 낼 만큼 칼국수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현재 배달의 민족 한식 부문에서 평점 4.6(5점 만점)을 기록할 정도로 지역 주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1985~2003년까지 20년가량 금융권에 있다보니 스트레스도 받고…그래서 40대 중반의 나이에 조금 일찍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제 2의 인생을 위해 요식업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칼국수는 많은 메뉴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에요."직장인 시절에도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꼭 칼국수를 먹던 한 대표는 관심사를 살려 칼국숫집 창업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원재료부터 밀가루 반죽까지 조금만 달라져도 변하는 칼국수 맛에 '초행자'인 한 대표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칼국수 한마당 칼국수 재료들. 한 대표의 비법이 녹아 있는 면발.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칼국수 반죽은 밀가루, 물, 소금이 들어가는데 중요한 것은 '물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여름엔 물 사용량을 줄이고 겨울엔 늘리죠. 반죽 후에는 숙성 과정도 거치는데 이 모든 레시피를 개발하는데 1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수익성을 고려해 기본 메뉴인 해물칼국수 외에도 팥칼국수, 들깨칼국수, 매생이칼국수, 콩국수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다. 사용하는 원재료는 국내산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콩의 경우 연천 지역에 주로 생산되는 '장단콩'을 사용해 맷돌로 직접 갈아 만들어 제공된다. 한 대표는 이 콩을 구하기 위해 연천 지역에 직접 방문했다. 전국적으로 안 돌아다닌 곳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아 유명 칼국숫집의 운영 노하우 역시 습득했다.

"5년간 거의 하루도 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명절 때도 나왔을 정도였죠. 보통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11~12시에 퇴근합니다. 옆에서 보면 힘들 것 같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힘이 저절로 납니다. 예전에 직장일 시절에는 감기도 잘 걸리고 했는데 요즘엔 정말 제가 '강골이'었나 싶을 정도로 활력이 넘치고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특히 6개월 전부터 배달 앱을 사용하면서 칼국수 주문량이 늘었다. 반조리 형태로 포장된 칼국수 재료를 고객에게 배달하고 있다. 후기글 등을 통해 배달 앱 도입 초기보다 주문량이 2배(주말 기준)이 상 늘었다. 주로 30~40대 주부들이 많이 찾고 있다."불과 냄비만 갖추면 바로 먹을 수 있게 육수와 면, 해물 등을 진공포장해 배송합니다. 간단한 조리법도 동봉돼 있어 10분이면 칼국수 한 그릇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가정간편식(HM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년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면을 뽑는 한 대표. 오히려 건강이 좋아졌다며 웃어보였다. 칼국수 한마당의 한승양 대표. 서울대 출신 '칼국수장이'다.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한 대표는 60세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 직접 면을 뽑는다. 현장 배 달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고객과 접점이 있어야 니즈를 파악할 수 있고 운영 방안에 대해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는 거치고 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단계라고 한 대표는 자부하고 있다. 처음엔 걱정 어린 소리만 했던 가족들도 이제는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반복적인 일은 딱 질색이라고 느끼는 저에겐 지금 이 일이 너무 잘 맞습니다. 스스로 느끼기에 신통할 정도로 칼국수장이가 돼 버렸습니다. 좋은 고등학교를 나와 좋은 대학교, 직장에 갔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고 이일을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웃음)"

한 대표는 앞으로 퇴직 이후 제2의 인생을 찾는 이들에게 '주변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한 대표는 프랜차이즈 등을 통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남의 시선을 떠나서 어느 분야든 내가 좋아하고 분야에서 만족을 느끼는 게 중요하죠. 능동적인 삶을 사는 게 중요하지 않나요? 저는 지금 제 나이가 적지 않은 나이지만, 또 많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70, 80세까지 제가 좋아하는 칼국수장이로 사는 게 제2의 꿈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