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떨어지나

북한 도발도 별 영향 없어…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 이어질 듯
원/달러 환율이 거침없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달러당 1,080원대도 무너졌다.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5분 기준으로 달러당 1,079.7원까지 떨어졌다.

전일보다 0.4원 내린 달러당 1,084.0원에 개장한 환율은 오후 들어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후 시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을 더 키워 전일보다 7.6원 급락한 달러당 1,076.8원에 거래를 마쳤다.종가 기준으로 2015년 4월 29일(1,068.6원) 이후 최저다.

이날 새벽 북한 미사일 발사 때문에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최근 원화 강세는 경제 지표 호조, 증시 활황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탓이 크다.반도체 업종,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며 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4%로 2010년 2분기(1.7%) 이후 최고를 찍었다.

이미 올해 3년 만에 3% 성장률을 달성할 공산이 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올해 3.2%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짓누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해결되는 분위기인 데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도 사상 최고를 경신하며 호황을 보이고 있다.이 때문에 외국인이 지난달 중순부터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며 원화 수요가 커진 상황이다.

이외에도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 때문에 외환 당국이 예전만큼 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워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추세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5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4분기 환율이 평균 1,130원에서 내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1,115원, 1,095원으로 떨어진 뒤 내년 3분기 달러당 1,080원으로 저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북한 도발에 시장이 내성이 생겼고 외환 당국이 크게 대응하지 않아 달러 매도세가 집중됐다"고 분석했다.그는 "내년 1분기까지는 원/달러 환율 하락 흐름이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증시 랠리가 한풀 꺾이고 올해만큼 경기가 좋을 것 같지 않아 달러당 1,100원선 부근에서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