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5형, 정상각도로 발사 땐 미국 동부까지 타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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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75일 만에 ICBM 도발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도발은 지난 9월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이후 75일 만이다. 북한의 미사일 무력시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1번째다.
김정은 "핵무력 완성" 선언
고도 4500㎞ 역대 최고…960㎞ 날아 동해상에 낙하
미국·일본 "ICBM으로 추정"
대기권 재진입 여부는 불확실
전문가들 "성공하지 못한 듯"
문재인 정부 출범후 11번째 도발
국정원 "추가 핵실험 가능성"
합동참모본부는 “29일 오전 3시17분께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고도는 약 4500㎞, 예상 비행거리는 약 960㎞”라고 밝혔다. 북한이 평성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은 미사일의 세부 제원에 대해 미국과 함께 정밀 분석 중이다. 군 당국은 기존 ‘화성-14형’의 개량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북한은 이날 조선중앙방송의 중대발표 형식으로 내놓은 성명에서 “김정은 동지는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보시면서 ‘오늘 비로소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긍지 높이 선포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엔 “이번 시험발사는 새로 개발한 ‘화성-15형’ 무기체계의 전술·기술적 제원과 동작 믿음성을 확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최대 고각발사체제로 진행했다”며 “이미 확증된 조종 및 안정화 기술, 계단분리 및 시동기술, 재돌입(재진입) 환경에서 전투부(탄두부)의 믿음성들을 재확증했다”고 주장했다.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화성-15형’은 사거리 1만㎞ 이상 ICBM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워싱턴DC 뉴욕 등 미국 동부지역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북한이 쏜 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길다. 미국의 물리학자 겸 미사일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는 “이번 미사일이 일반 각도로 발사돼 정상 궤도로 비행했다면 사거리가 1만3000㎞ 이상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고각발사한 미사일 중 이번이 고도가 가장 높았고, 고도가 4000㎞를 넘은 것도 처음이다. 9월15일 발사한 ‘화성-12형’은 최고 고도가 770여㎞, 비행거리는 3700여㎞였다. 이번 발사도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기습 도발 능력을 과시했을 것으로 추측된다.하지만 이 미사일이 실제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재진입 기술을 검증하려면 정상 궤도로 발사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고각으로 발사한 것을 보면 재진입 기술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도 이날 발사한 미사일을 ICBM급으로 평가했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한 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고 전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솔직히 북한이 이전에 쏜 미사일보다 더 높게 올라갔으며 기술적 진보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계속해서 만들려는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그동안 세 차례 발사된 ICBM급 중 가장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서 원장은 “전략적으로 예견된 도발이고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고도를 감안했을 때 직각에 가깝게 고각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까지 북한이 시행한 중·장거리 관련 시험발사는 사실상 모두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탄두 개발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