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납품 재개"… 부활 날개 펴는 KAI

'성능 논란' 딛고 재기
"기체 결빙 관련 문제없다" 판명
2018년 육군·경찰청 등에 38대 납품

"정부는 소통하자고 말하지만 기업 입장선 하소연 할 곳 없어"
김조원 사장 "항공산업 지원 절실"
지난 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직원들이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KAI 제공
지난 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상공에 내년 4월 산림청으로 납품할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산불 제거 등에 투입될 이 헬기는 이날 시험 기동에 나서 지면에 2000L의 물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감사원의 ‘성능 지적’으로 약 1년간 납품길이 막혔던 그간의 체증을 씻어내려는 것처럼 보였다. 김조원 사장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정부기관 납품이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강조했다.
다시 나는 수리온축구장 세 개 크기보다 넓은 3만6363㎡(약 1만1000평) 규모 항공기동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수리온 조립에 한창이었다. 저온 비행에서 기체와 날개 등에 얼음이 발생하는 체계결빙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동안 한산하던 곳이다. 신현대 KAI 생산본부장(상무)은 “지난달 육군 등에 다시 납품을 시작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며 “올해 말까지 총 10대를 납품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KAI는 전임 사장의 분식회계, 채용비리 논란과 감사원의 성능 지적 등 악재가 겹쳐 올 3분기까지 1200억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방위산업 특성상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일감이 급감한 탓이 가장 컸다.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려던 물량도 내년으로 기약 없이 연기됐다. 올 4분기에도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내년 1월이면 KAI 경영상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수리온 역시 체계결빙 관련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성능 논란을 딛고 내년에 약 38대를 육군 경찰청 산림청 등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내년 MRO가 새 먹거리

KAI는 수리온 납품 재개와 함께 항공정비사업(MRO), 미국 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교체사업(APT), 국산 중형 민항기 개발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세계 5위 항공우주업체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MRO는 이달 중순께 국토교통부에서 마무리 검토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1월에는 대상 업체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자가 선정되면 1월께 항공정비사업을 맡을 회사를 설립한다는 의견이다. KAI는 MRO사업을 위해 경상남도, 사천시 등과 함께 총사업비 7000억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천 본사 인근에 31만㎡(약 9만3774평) 규모 부지도 마련했다. 김 사장은 항공정비 분야에 대해 “당장 이익을 내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국가에서 미래 성장동력이자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신사업 분야”라고 말했다. 당장 1000여 명, 중장기적으로는 17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17조원 규모의 APT 수주를 위해 원가 절감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김 사장은 “록히드마틴이 경쟁회사 보잉과의 수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협력업체 KAI에 원가 절감을 요구하고 있다”며 “경영혁신을 통해 인건비 등 원가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입으로만 수주 기원…정부 향해 쓴소리

취임 후 한 달여간 업무 파악을 마친 그는 정부를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정부가 입으로만 수주를 기원한다고 하지 도움받을 게 없다”고 비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T-50 수출 조건으로 한국 정부의 금융 지원을 원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아무런 도움을 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란 설명이다. 그는 “정부에서 소통하자고 하는데 기업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항공산업이 미래 제조업을 이끌 첨단산업인데도 한국에는 항공산업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고 털어놨다.하성용 전 대표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선 “분식회계와 관련해 적극 소명하지 못하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며 위기감을 높였다. 자체 조사를 통해 ‘개인 일탈’로 결론지었지만 자칫 금융당국 판단에 따라 ‘부패기업’으로 낙인찍히면 수출길이 막힐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사장은 “관행과 지식의 부족 때문에 이뤄진 내용인데 자칫 KAI가 정말 매출이나 원가를 조작한 회사가 되면 APT 같은 사업은 도저히 생각도 못 한다”며 “정부 분위기도 실수는 용인해주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천=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