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관예우 의심받는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징계개시신청 의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고객사 과징금을 부당하게 감경받은 대형 로펌 A변호사에 대해 변협에 변호사윤리장전 등 위반 여부를 검토 의뢰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이 건에 대해 며칠 전 사전 브리핑까지 했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A변호사는 시멘트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 437억원을 부과받은 성신양회를 대리해 지난해 4월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냈다. 직전 3개 사업연도(2013~2015년)의 가중평균 당기순이익이 적자면 과징금을 줄여주는 공정위 고시를 근거로 감경을 주장했다. 공정위는 A변호사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6월 과징금을 218억원으로 감경했다.문제는 이후 드러났다. A변호사가 제출한 2015년 재무제표에 이듬해에 낼 과징금이 선반영됐다는 사실을 공정위가 뒤늦게 알게 된 것. 비록 회계기준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자료였지만 과징금 때문에 일어난 적자는 공정위 고시에 따른 감경 사안이 아니었다. 공정위는 A변호사가 고의로 부적절한 자료를 제출해 과징금을 감경받았다고 판단하고 지난 4월 당초 금액대로 과징금을 재부과했다.

그러나 보도자료에는 담기지 않은 내용이 있다. 성신양회가 적자를 이유로 과징금을 분할해 납부하려 하자 공정위 담당자가 먼저 ‘적자는 감경사유’라고 알려줬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A변호사가 공정위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친절이 아닌 전관예우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신양회가 과징금 감경 전에 공시한 재무제표에는 적자가 선반영됐다는 사실이 부기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심은 커진다. 공정위 담당자가 공시만 확인했어도 선반영 사실을 알 수 있는 사안이었다. 전관예우라면 그 자체로 문제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료의 부적절성 여부를 가려내는 공정위 내부 시스템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에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반성과 혁신의 의지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번 보도자료는 지난 과오에 대해 반성은 전혀 없고 남 탓만 가득했다. 변호사 윤리를 따지기 전에 공무원 윤리부터 돌아볼 일이다.

임도원 경제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