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인터플렉스 쇼크'… IT 부품주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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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에 공급한 부품 품질문제 조사설로 하한가… 다른 중소형 IT주도 급락코스닥시장의 정보기술(IT) 부품주들이 새파랗게 질렸다. 미국 애플의 최신형 스마트폰 ‘아이폰X’에 터치스크린패널(TSP)용 연성회로기판(FPCB)을 공급하는 인터플렉스가 4일 코스닥시장에서 가격제한폭(하한가)까지 떨어지면서다. 아이폰X의 화면꺼짐 현상과 관련해 인터플렉스의 FPCB도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탓이다. 이 여파로 다른 중소형 IT주들까지 동반 급락했다. 주가가 급락하기 직전 인터플렉스 공매도(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 물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아이폰 부품주 동반 하락인터플렉스는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1만9300원(29.92%) 떨어진 4만5200원에 마감했다. 애플에 납품하는 FPCB 품질이 불량하다는 소문이 직격탄이 됐다. 애플은 아이폰X 화면꺼짐 현상을 조사하면서 인터플렉스의 FPCB 제품까지로 조사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써키트 22%·영풍 14% '뚝'
인터플렉스 급락전 공매도 급증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도
인터플렉스 지분 31.84%를 보유한 코리아써키트(-22.06%)와 코리아써키트 지분 36.13%를 가진 영풍(-14.58%)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LG이노텍(-5.26%) 비에이치(-3.90%) 삼성전기(-1.95%) 등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다른 업체들도 동반 급락했다. 서울반도체(-4.81%) 에스에프에이(-2.59%) 유진테크(-2.61%) AP시스템(-2.27%) 등 IT주들도 하락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인터플렉스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애플과 함께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터플렉스의 불량 생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애플의 아이폰X 생산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 국내 부품산업 전반의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인터플렉스는 이날 장 종료 후 공시를 통해 “일부 라인에서 불량 문제가 제기돼 해당 라인을 중단하고 개선책을 찾는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인터플렉스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라 차익실현 욕구가 컸던 상황이어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급락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시장 우려가 지나친 것 같다”며 “주가가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 악재가 터지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급락 전 공매도 급증인터플렉스는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에도 휩싸였다. 이날 하한가로 급락하기 직전 공매도 물량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인터플렉스의 공매도 거래량은 지난달 24일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9일에는 9만174주로 상장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6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들여 되갚는 식으로 차익을 올리는 투자 방식이다. 특정 종목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인터플렉스를 지난달 29일 종가인 6만8300원에 공매도한 뒤 이날 종가(4만5200원)에 되산 투자자는 4거래일 만에 주당 51.1%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지난해에도 한미약품과 대우건설이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기 이전에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와 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급등하면 공매도 물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기도 한다”며 “인터플렉스의 공매도 물량이 며칠 만에 급증한 점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인터플렉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오는 14일로 예정된 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주가가 급락하고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부정적 소문이 나오면 기존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터플렉스가 유상증자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설비 투자(베트남 공장 증설) 작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동현/최만수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