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미국 항모·해병 급파… "24시간 출격 대기중"
입력
수정
지면A10
북한 '화성-15형' 발사한 날, 미군 주둔한 일본 후텐마·요코스카 기지 가보니…“Fight tonight(오늘밤이라도 싸울 수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에 있는 미국 해병대 항공기지. 바로 인근 미 제3해병원정대 근거지인 캠프 코트니. 이곳에서 만난 미 장병들은 이구동성으로 상시 전투태세를 의미하는 ‘Fight tonight’을 외쳤다.
미군 증원전력 최전선 기지
북한 도발에 긴장감 최고조
신속대응군 역할 미국 해병대
"언제든 하루 이내 한국 도착"
북한이 미국 워싱턴DC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한 다음 날이었던 만큼 허투로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 두 곳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핵심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 후텐마기지는 미군 증원 병력을 한국으로 실어나르는 일본 내 최전선이다. 미 제3해병원정대는 긴급 상황 시 가장 먼저 한반도로 투입되는 신속대응군 역할을 한다. 이들은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하루 안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일본이 비상상황 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일본 국책연구기관인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미치시타 나루시게 부교수는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이 북한에 안전하게 상륙하기 위해 일본 자위대가 먼저 수중 지뢰인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 어떤 형태로든 한·미·일 군사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발언들은 미 국무부가 3년 만에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를 한국 취재진에 공개한 자리에서 잇달아 나왔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75일 만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뒤 ‘한반도 전쟁위기론’이 다시 불거진 시점이었다. 게다가 주일 미군기지는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 증원 전력을 전개하는 유엔군사령부 후방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북한은 지난 3월 유엔사 후방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기자들이 방문했을 때 주일 미군기지엔 긴장감이 흘렀다. 화성-15형이 발사됐던 지난달 29일 나가와현 요코스카 해군기지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를 장착한 이지스함 등이 출동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코스카항이 모항인 로널드 레이건함은 작전구역을 순찰 중이었다. 요코스카 기지는 한반도를 포함한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7함대사령부의 근거지다. 다음날 후텐마기지의 비행장엔 코브라 공격 헬기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오스프리 ‘MV-22’가 출격 대기 중이었다. 주일미군 관계자들은 “한반도 유사시 언제든 급파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일본에 있는 89개의 미군기지엔 주한미군의 두 배 규모인 5만2000여 명의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오키나와·요코스카=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