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더·천경자… 260억대 미술경매 '연말 큰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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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옥션 12일 233점, 서울옥션 13일 166점 세일삼성미술관 리움의 ‘개점휴업’으로 꽁꽁 얼어붙은 국내 미술시장에도 햇볕이 드리울까. 지난달 뉴욕 미술품 경매 시장에 2조50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몰린 가운데 내년 국내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할 메이저 경매가 잇따라 열린다.
국내 미술품 양대 경매회사 K옥션과 서울옥션이 오는 12, 13일 잇달아 진행하는 겨울 경매에는 국내외 인기 작가 작품과 고서화, 도자기 등 399점이 출품된다. 두 회사가 내놓은 작품의 추정가 총액은 약 260억원. 지난 9월 메이저 경매(250억원)보다 10억원 늘어난 규모다.K옥션은 해외 작가 작품에 초점을 맞췄고, 서울옥션은 천경자 작품과 고미술품에 중점을 뒀다.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인 데다 미술 경기 회복 후 작품값이 오르고 환금성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칼더의 모빌 조각, 28억원에 경매 시작
K옥션은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서 알렉산더 칼더, 아니시 카푸어, 구사마 야요이 등 해외 거장을 비롯해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등 수작 233점(150억원)을 경매에 부친다.K옥션은 최근 뉴욕과 런던, 홍콩 등 해외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만큼 미국의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의 1962년작 모빌 조각 ‘목이 짧은 사람’을 대표 상품으로 내놓았다. 모빌과 스태빌이 결합한 이 작품은 율동미와 고요함, 가벼움과 무거움이 조화를 이루며 스탠딩 모빌 특유의 양감과 안정감이 돋보인다. 28억원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K옥션은 또 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의 ‘무제’(추정가 8억~12억원), 미국의 로버트 인디애나, 프랭크 스텔라, 일본의 구사마 야요이 등의 작품도 대거 경매에 올려 기업인과 강남 부유층 주부들의 미술품 해외직구 수요층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국내 미술시장 대장주 김환기의 작품도 여섯 점을 출품해 ‘환기 마니아’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혼합재료 작품인 ‘무제’는 추정가 3억2000만~4억5000만원, 1950년대 종이에 펜으로 그린 ‘항아리와 여인들’은 9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한다.
고미술품으로는 안중근 의사의 옥중 유묵 ‘세심대(洗心臺·마음을 씻는 곳)’를 추정가 1억8000만~4억원에 출품했다. 일본의 개인 수장가가 보관하고 있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 경매를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좌측 하단에는 단지동맹(斷指同盟) 때 약지를 자른 왼손의 장인(掌印)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출품작은 12일까지 신사동 경매장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서울옥션, 166점 110억원대 출품
서울옥션은 13일 서울 강남구 호림아트센터 서울옥션블루에서 고가 미술품 166점(110억원)을 경매한다. 올해 마지막 경매인 만큼 천경자의 시기별 작품 여섯 점을 전면에 내세워 애호가들의 투자 심리를 잡겠다는 전략이다.천경자의 1987년작 ‘태국의 무희들’은 추정가 6억~9억원에 출품했다. 1986년 태국을 여행하며 만난 무희들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잡아낸 작품이다. 푸른색이 감도는 데다 다양한 색상을 써 알록달록한 느낌을 준다. ‘기타 연주자’(3억~5억원), ‘여인’(3억~4억원), ‘꽃’(8000만~1억5000만원), ‘기자의 피라미드’(5000만~8000만원)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매한다. 서울옥션은 9일 서울옥션블루에서 ‘천경자는 정말 좋은 작가인가?’라는 주제로 이태호 명지대 석좌교수의 강좌도 마련했다.
천경자 외에 권진규가 1971년 만든 불상(추정가 2억~3억원), 이우환의 작품, 마르크 샤갈, 구사마 야요이, 앤디 워홀, 리처드 세라, 프랭크 스텔라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고미술품으로는 1876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강화도 조약 문서 ‘조일수호조규’, 보물로 지정된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3’이 눈길을 끈다. 출품작은 7~13일 호림아트센터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