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연정 '청신호'… 메르켈 돌파구 찾나

사민당, 여론 압박에 협상 결정
소수정부·재선거 등 가능성 남겨
독일의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이 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에 나선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승리한 뒤 자유민주당, 녹색당과 대연정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간) 슈피겔 등에 따르면 사회민주당은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당 연합과의 대연정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600명의 대의원이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재협상을 하더라도 결과는 열어두기로 했다. 협상 타결, 결렬에 따른 소수정부, 재선거 등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따를 방침이다.이날 재신임을 받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는 연설에서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 통치할 필요는 없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도 안 된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치적 목적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연정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당원의 지지를 요구하면서도, 사민당의 정책 노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대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신뢰 있고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즉각 환영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13일 슐츠 대표와 상견례를 갖고 대연정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회민주당은 메르켈 3기 내각에서 대연정에 참여했지만 9월 총선에서 참패했다.이후 진보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면서 제1야당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기민·기사당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 연정 협상이 결렬된 뒤 재선거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연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았다.

협상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기사당의 안드레아스 쇼이어 사무총장은 “독일에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면서도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