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탱크 국산화 지연 책임' 놓고… 삼성중공업·가스공사 '법정 다툼'

"가스공사 설계 오류로 피해"
삼성중공업, 100억대 배상 소송
양측 법적 공방 길어지면 국산화 시도 물거품 우려
액화천연가스(LNG)선 저장탱크 기술의 국산화 지연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삼성중공업과 한국가스공사 간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가스공사의 설계 잘못으로 선박을 제때 인도하지 못해 막대한 지체상금(준공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물게 됐다며 지난달 가스공사를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LNG선의 저장탱크 제작 기술을 국산화한 LNG선 2척을 4500억원에 건조하기로 하고 가스공사, SK해운 등과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이 계약은 LNG선 저장탱크 기술 국산화를 위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세계 LNG선 시장은 국내 조선사가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지만 정작 LNG선에 탑재되는 저장탱크 제조기술은 프랑스 GTT에 의존해왔다. 그동안 조선업계는 LNG선 한 척당 건조 수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억원, 30여 년간 총 3조원가량을 로열티로 지급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하기로 한 LNG선의 핵심 설비인 멤브레인(저장탱크 내벽) 설계는 가스공사와 자회사 KLT가, 제작은 국내 유일의 LNG 멤브레인 제작업체인 TMC가 맡았다. 하지만 멤브레인 납품이 늦어지면서 선박 인도가 6개월가량 지연돼 삼성중공업은 230억원에 달하는 지체상금을 부담하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멤브레인 양산을 맡은 TMC보다 가스공사 잘못이 더 크다고 보고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가스공사 측의 잦은 설계 변경과 100여 가지 종류의 금형 요구 등이 납품을 지연시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측은 그러나 삼성중공업과 TMC측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설계를 했다며 선박 인도가 늦어진 것이 가스공사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가스공사는 조만간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업계에서는 양측의 법적 공방이 길어지면 국내 유일의 멤브레인 업체인 TMC가 문을 닫게 돼 LNG 탱크의 국산화 시도가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TMC는 지난달 삼성중공업에 멤브레인을 납품하며 핵심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납기 지연으로 70억원의 지체상금을 물게 됐다.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한 TMC로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어 그동안 쌓은 기술을 날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배상금만 노리고 소송을 낸 것은 아니다”며 “법원이 중재에 나서면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측도 중재 결과가 나오면 TMC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