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로펌업계에 뜨는 '포토맥 그룹'… 공정거래 분야서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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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유학·파견 근무한 변호사들이 주축인 모임공정거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처 중 하나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 하도급 종합대책, 프랜차이즈 관행 개선 등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나오면서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펌업계도 이에 발맞춰 공정거래 부문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 워싱턴에서 공부했거나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의 모임인 ‘포토맥 그룹’이 눈길을 끌고 있다. 워싱턴을 끼고 흐르는 포토맥강에서 이름을 딴 이 모임은 공정거래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2008년 이후 100여명 거쳐가 '건설사 담합 무혐의' 이끌어내기도
글로벌 공정경쟁 이슈에도 밝아
로펌들, 포토맥 그룹 앞세워
국내 기업 해외자문 경쟁 치열
공정경쟁 부문 글로벌 흐름에 해박포토맥 그룹이 처음 결성된 것은 2008년이다. 법무법인 광장을 거쳐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특허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박해찬 변호사와 김치걸 전 공정위 국장 등이 초기 멤버다. 이후 워싱턴 지역의 로스쿨로 진학하거나 미국의 공정위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 등에서 파견 근무하는 젊은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모임이 확대됐다. 현재까지 100여 명의 변호사들이 거쳐갔다. 이들은 2015년부터 정기 세미나를 열고 정보를 공유하며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최신 공정거래 이슈를 잘 파악하고 있어 관련 정보를 원하는 국내 기업들의 자문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재환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와 법무법인 바른의 백광현 변호사(36기)는 FTC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백 변호사는 “한국 법원과 공정위도 FTC의 동향과 판례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FTC 연수를 마치고 나니 기업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시각을 규제 당국의 입장까지 고려해 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힘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FTC에서 글로벌한 경쟁법 규제 실무를 접한 것을 계기로 복귀 후 다양한 해외 관련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조지타운대 로스쿨 출신인 강우준 김앤장 변호사(35기)는 “미국은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소비자 후생 등에 대한 경제 분석을 중시한다”며 “유학 기간에 법학 과목뿐 아니라 각종 학회 등에 참석해 배운 것들을 자문에 접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승재 율촌 변호사(37기)는 UCLA 로스쿨을 졸업한 뒤 워싱턴 지역의 로펌에 합류하면서 포토맥 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최근 대형 건설사 담합 사건에서 포토맥 그룹 소속 변호사들이 각자 건설사를 대리한 끝에 공정위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기도 했다”며 “포토맥 그룹의 네트워크가 빛났던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밖에 안준규 태평양 변호사(38기) 등 이 그룹 소속 변호사들이 곳곳에서 활약 중이다.
로펌들, 실력 있는 젊은 변호사 내세워 경쟁
로펌업계에서 공정거래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로 꼽힌다. 공정위의 내부 시스템을 이해하고 사건 단계별로 필요한 대응을 하는 것이 로펌 공정거래팀의 경쟁력을 가른다. 사건이 과징금을 넘어 형사고발 등으로 이어지면 형사팀 등 로펌 내 다른 부서와의 협업도 필수다.국내 로펌의 공정거래 업무는 윤호일 화우 대표변호사 등 1세대 변호사들이 기반을 닦아놨고, 후배 변호사들이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로펌 관계자는 “공정거래는 일반 송무분야와 달리 법원·검찰 출신 전관이 별로 없는 데다 주니어 시절부터 경제분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전문성을 키우지 않으면 실력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국제카르텔(담합) 규제에 비상이 걸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부과받은 벌금만 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강우준 변호사는 “잘못된 영업 관행과 경쟁당국의 법 집행 동향에 대한 전략 부재로 인해 국제담합의 함정에 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환 변호사는 “기업결합에 따른 시장경쟁 제한 분야도 미국 측 동향을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펌들은 이처럼 공정거래 이슈가 기업의 명운을 가를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자 실력 있는 젊은 변호사들을 내세워 기업 자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앤장의 강태규 변호사(37기), 광장의 선정호 변호사(37기), 세종의 석근배 변호사(34기), 화우의 류송(34기)·황진우(36기) 변호사 등이 최근 공정거래 분야의 신진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