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파업에 존립 위협받는다"는 5000여 협력업체 호소

현대자동차 노조의 끊임없는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급기야 현대·기아차 협력사 협의회가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보다 더 힘든 근로자들의 고통을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1차 협력업체 330여 개사를 비롯해 2·3차까지 5000여 협력업체들이 한결같은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어제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오늘도, 내일도 파업이 예고돼 있다.

모(母)기업이 기침만 해도 협력업체들은 폐렴에 걸린다. 협력업체들의 호소에는 “회사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 판매부진 손실에다 노조 파업 손실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어서다. 현대차 노조는 조립라인별로 시차를 두고 하루 3~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지만, 협력업체들은 공장 전체를 멈춰야 한다. 전면파업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충격이다.현대차는 노조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이 올 들어서만 1조원에 육박한다. 평균연봉 9000만원대인 노조는 올해도 어김없이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작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든 파업을 봉합하고 나면 현대차 근로자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손에 쥘 것이다. 대신 증가한 노동비용은 협력업체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임금이 절반수준인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느낄 박탈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2만여 개 부품이 빈틈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고도의 협업(協業)을 요한다. 과거 범퍼 만드는 한 협력업체의 파업으로 현대차 전체가 멈춘 일도 있었다. 하물며 최종 조립단계 노조의 파업으로 개별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고통받는 것은 용납하기 힘든 횡포다.

가뜩이나 현대차는 해외시장에서 고전하고, 국내에선 ‘안티현대’ 기류마저 형성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영국 국제무역부의 25개국 자동차산업 평가에서 한국의 노사협력은 24위로 나이지리아만도 못 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연례행사인 파업이 브랜드 이미지마저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자율차 등 차세대 자동차 경쟁이 한창인데, 현대차 노사관계는 1980년대에 멈춰서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