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서울 지하철 타고 누비며 소설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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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서울 배경 장편소설 '빛나-서울 하늘 아래' 출간"서울이란 도시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도시,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가 많이 탄생하는 도시입니다.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 이야기를 소설로 썼습니다."노벨문학상(2008년)을 받은 프랑스 대표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7)는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작 소설 '빛나- 서울 하늘 아래'(서울셀렉션)를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지한파' 작가로 꼽히는 그는 이번 소설에 서울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2007년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집필과 강연활동을 하고 이후 수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어린 시절 잡지에서 접했다는 제주 해녀를 찾아 이야기를 듣고 소설집 '폭풍우'를 지난 10월 출간하기도 했다.이번 '빛나…'는 그가 한국을 배경으로 쓴 두 번째 소설이다.
"안녕하세요.한국어를 나날이 배워요"라고 서툰 한국말로 인사한 그는 감기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한국에 오니 다 나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자신이 배운 한국어 중 '서울의 달'과 '빛나'라는 말이 좋다며 "'빛'은 명사도 있고 '빛나다'라는 동사도 있다.이번 소설 제목도 서울이란 살기 쉽지 않은 도시에서 빛을 내는 존재란 의미"라고 설명했다."10년 정도 서울을 자주 오가며 뭔가를 쓰고 싶었는데,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여행기는 별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소설을 쓰기로 했습니다.서울에서 실제 들은 이야기가 이번 소설에 많이 녹아 있죠. 그중 하나는 경찰 출신의 남자가 어릴 때 38선을 넘어왔는데, 어머니가 비둘기 한 쌍을 데려왔고 세월이 흘러 이들이 고향인 북쪽 나라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품으며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그는 "이 얘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고향에 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실현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썼다"고 덧붙였다.이 소설은 '빛나'라는 이름의 전라도 시골 출신 대학생이 처음 서울에 올라와 불치병을 앓는 40대 여인을 만나고 죽어가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용이다."빛나에게도 서울은 낯선 도시입니다.그는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하고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상상해서 들려주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들 사이에 애정의 관계가 생기고 도시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도 생깁니다."
소설은 크게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한국전쟁으로 북에 있는 고향을 떠난 조 씨와 비둘기 이야기, 신비로운 고양이 키티가 전해주는 쪽지를 통해 이웃 간 연대를 회복하는 이야기, 버려진 아이 나오미와 그녀를 품고 살아가는 한나의 이야기, 얼굴 없는 스토커를 통해 빛나가 느끼는 일상의 공포와 도시에서의 삶 이야기 등이다.
신촌과 이대 입구의 골목길, 방배동 서래마을, 강남, 오류동, 용산, 홍대, 당산동, 충무로, 종로, 명동, 영등포, 여의도 등 수많은 장소가 등장한다.
그는 이 모두가 "내가 혼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본 곳"이라며 "특히 한강을 굉장히 좋아해서 배도 가끔 탔고, 남쪽 주택가와 서민들이 사는 동네, 대학가 등 서울의 모든 구역을 좋아한다.도시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이 특히 인상적인 건 많은 인구와 다양한 요소가 있어 늘 변화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곳은 6개월 이후 가보면 뭔가 없어져 있고 새로운 것이 계속 생성되더라. 그에 비해 파리는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 도시다.박찬욱 감독과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 역시 서울이 너무 빨리 변해서 잠깐이라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서울에서 본 인상적인 장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대에 있을 때 신촌을 많이 다녔는데, 새벽 6시쯤 나가보면 간밤에 파티를 하고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곳에 어디선가 노인들이 나타나서 박스 같은 걸 모으고 있었어요.그들을 따라가 보고 싶었고 그 모든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죠. 또 이대 근처에 나무로 된 작은 집에서 점을 치는 여인이 있는데, 언젠가 그 이야기도 한번 써보고 싶네요."
서울의 장단점을 꼽아보라는 질문에는 "좋지 않은 것은 고층빌딩과 첨단기술로 인한 인간성 상실이고, 좋은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작은 집과 카페, 절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 사람들이다.
서로 유대관계가 있고 작은 집 앞마당에 야채를 심어 먹는 정겨움이 좋다"고 답했다.
또 "서울 이야기를 생각할 때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가 떠올랐다.물론 작가 한강도 떠올랐다"며 한국의 여성작가들을 높이 평가했다.
최근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굉장히 슬프다.특히 군사·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지도자와 굉장히 호전적인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맞서 해결책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나 한국사람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소설은 '빛나: 언더 더 스카이 오브 서울'(Bitna: Under the Sky of Seoul)이라는 영문판으로 동시 출간됐으며 내년 3월에는 작가의 모국어인 프랑스어판을 비롯해 스페인어 등 다른 외국어로도 출간될 예정이다.프랑스 출판사는 출간에 맞춰 자국 기자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소설의 무대를 둘러볼 계획이라고 한다./연합뉴스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지한파' 작가로 꼽히는 그는 이번 소설에 서울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2007년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집필과 강연활동을 하고 이후 수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어린 시절 잡지에서 접했다는 제주 해녀를 찾아 이야기를 듣고 소설집 '폭풍우'를 지난 10월 출간하기도 했다.이번 '빛나…'는 그가 한국을 배경으로 쓴 두 번째 소설이다.
"안녕하세요.한국어를 나날이 배워요"라고 서툰 한국말로 인사한 그는 감기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한국에 오니 다 나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자신이 배운 한국어 중 '서울의 달'과 '빛나'라는 말이 좋다며 "'빛'은 명사도 있고 '빛나다'라는 동사도 있다.이번 소설 제목도 서울이란 살기 쉽지 않은 도시에서 빛을 내는 존재란 의미"라고 설명했다."10년 정도 서울을 자주 오가며 뭔가를 쓰고 싶었는데,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여행기는 별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소설을 쓰기로 했습니다.서울에서 실제 들은 이야기가 이번 소설에 많이 녹아 있죠. 그중 하나는 경찰 출신의 남자가 어릴 때 38선을 넘어왔는데, 어머니가 비둘기 한 쌍을 데려왔고 세월이 흘러 이들이 고향인 북쪽 나라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품으며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그는 "이 얘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고향에 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실현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썼다"고 덧붙였다.이 소설은 '빛나'라는 이름의 전라도 시골 출신 대학생이 처음 서울에 올라와 불치병을 앓는 40대 여인을 만나고 죽어가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용이다."빛나에게도 서울은 낯선 도시입니다.그는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하고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상상해서 들려주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들 사이에 애정의 관계가 생기고 도시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도 생깁니다."
소설은 크게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한국전쟁으로 북에 있는 고향을 떠난 조 씨와 비둘기 이야기, 신비로운 고양이 키티가 전해주는 쪽지를 통해 이웃 간 연대를 회복하는 이야기, 버려진 아이 나오미와 그녀를 품고 살아가는 한나의 이야기, 얼굴 없는 스토커를 통해 빛나가 느끼는 일상의 공포와 도시에서의 삶 이야기 등이다.
신촌과 이대 입구의 골목길, 방배동 서래마을, 강남, 오류동, 용산, 홍대, 당산동, 충무로, 종로, 명동, 영등포, 여의도 등 수많은 장소가 등장한다.
그는 이 모두가 "내가 혼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본 곳"이라며 "특히 한강을 굉장히 좋아해서 배도 가끔 탔고, 남쪽 주택가와 서민들이 사는 동네, 대학가 등 서울의 모든 구역을 좋아한다.도시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이 특히 인상적인 건 많은 인구와 다양한 요소가 있어 늘 변화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곳은 6개월 이후 가보면 뭔가 없어져 있고 새로운 것이 계속 생성되더라. 그에 비해 파리는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 도시다.박찬욱 감독과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 역시 서울이 너무 빨리 변해서 잠깐이라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서울에서 본 인상적인 장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대에 있을 때 신촌을 많이 다녔는데, 새벽 6시쯤 나가보면 간밤에 파티를 하고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곳에 어디선가 노인들이 나타나서 박스 같은 걸 모으고 있었어요.그들을 따라가 보고 싶었고 그 모든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죠. 또 이대 근처에 나무로 된 작은 집에서 점을 치는 여인이 있는데, 언젠가 그 이야기도 한번 써보고 싶네요."
서울의 장단점을 꼽아보라는 질문에는 "좋지 않은 것은 고층빌딩과 첨단기술로 인한 인간성 상실이고, 좋은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작은 집과 카페, 절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 사람들이다.
서로 유대관계가 있고 작은 집 앞마당에 야채를 심어 먹는 정겨움이 좋다"고 답했다.
또 "서울 이야기를 생각할 때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가 떠올랐다.물론 작가 한강도 떠올랐다"며 한국의 여성작가들을 높이 평가했다.
최근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굉장히 슬프다.특히 군사·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지도자와 굉장히 호전적인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맞서 해결책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나 한국사람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소설은 '빛나: 언더 더 스카이 오브 서울'(Bitna: Under the Sky of Seoul)이라는 영문판으로 동시 출간됐으며 내년 3월에는 작가의 모국어인 프랑스어판을 비롯해 스페인어 등 다른 외국어로도 출간될 예정이다.프랑스 출판사는 출간에 맞춰 자국 기자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소설의 무대를 둘러볼 계획이라고 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