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KDB생명에 또 3000억

이사회 열어 증자안 결의
RBC비율 150% 넘을 듯
매각은 당분간 보류 전망
KDB생명이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건다.

KDB생명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15일 이사회를 열어 KDB생명에 3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0.3%)와 KDB칸서스밸류사모펀드(24.7%)를 통해 KDB생명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증자는 3자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며 산업은행만 참여한다.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KDB생명은 산업은행에 지속적으로 증자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그간 투입한 돈만 8500억원에 이르러 증자를 보류해 왔으며, KDB생명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먼저 할 것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2009년 6500억원에 인수한 뒤 증자와 감자를 반복하며 총 2000억원 규모의 돈을 더 태웠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요구에 따라 지난 8월 희망퇴직으로 임직원 230여 명을 내보내고, 점포도 기존 190개에서 99개로 축소했다. KDB생명은 이번 3000억원에 이어 산업은행이 2020년까지 추가로 2000억원의 증자를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증자에 힘입어 지난 9월 말 116%에 불과했던 KDB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감독당국의 권고치인 150% 이상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위기상황에서 보험금을 계약자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체력 지표다. RBC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는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를 받아 자본확충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KDB생명은 이 비율이 150%를 밑돌아 시중은행들로부터 보험 판매를 거절당하기도 했다.KDB생명은 내년 상반기 중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RBC비율을 2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펀드를 통해 보유한 KDB생명 지분을 세 차례 매각하려다 실패했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증자로 KDB생명 보유지분에 대한 매각도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신영/정지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