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연말 청약부진' 징크스 깨진 IPO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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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B7
친환경·로봇株 청약 열기
4분기 공모주 청약 받은 17개社
경쟁률 평균 461대 1로 높아져
거래소 "상장 늦으면 평가 손해"
기업들 설득… 연말 쏠림 완화
◆연말 청약 경쟁률 상승
4분기 청약 경쟁률이 3분기를 웃돈 것은 연말 경쟁률 ‘절벽’ 현상이 극심해지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4년간 3분기 청약 경쟁률은 평균 491 대 1, 4분기는 271 대 1로 급격한 경쟁률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신규상장 기업 수는 각각 평균 12개사와 31개사로 4분기가 두 배 이상 많았다. 12월 결산기업들이 통상 3~4월에 나오는 감사보고서를 받아든 뒤에야 준비에 나서다보니 조금만 지체해도 상장일이 11~12월에 잡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상장을 완료하기까지는 평균 5개월 정도 걸린다.신규상장 기업이 73곳에 달했던 2015년의 경우 절반을 웃도는 39개사 상장일이 10~12월에 몰리기도 했다. 이 기간 청약 경쟁률은 263 대 1로 3분기(578 대 1)의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청약 부진을 우려한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 때 기업가치를 낮춰잡으면서 상장 철회도 속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와 증권사들이 기업들을 적극 설득하면서 올해는 쏠림 현상이 크게 완화됐다”며 “지난 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말에 상장하면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상장 추진 기업에 퍼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의 가파른 상승도 연말 청약 부진 해소에 일조했다. 코스닥지수가 11.1% 급등한 지난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4개사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607 대 1에 달했다.
◆환경·로봇 등 신산업 조명
개인과 달리 기관투자가들은 주로 힘스(디스플레이 제조기계), 메카로(반도체 소재), 와이엠티(반도체용 화학물질 제조) 등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 회사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1~3위에 오르며 공모가격을 희망범위에서 확정하는 행운을 누렸다.일반투자자들이 낸 증거금(주식가격의 50%) 기준으로는 올해 ‘최대어’인 넷마블게임즈가 약 7조7000억원을 모은 것을 비롯해 CJ그룹 계열 드라마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6조7000억원), 바이오의약품 개발회사인 티슈진(6조원), 한진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5조1000억원) 순으로 컸다.
올해 코스닥시장의 공모 규모는 3조4000억원을 웃돌아 2000년 약 2조6000억원 기록을 크게 누르고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올해 최대어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판매업체인 셀트리온헬스케어로 1조87억원을 모집했다. 다음으로는 하림그룹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4218억원)와 스튜디오드래곤(2100억원), 티슈진(2025억원) 순으로 모집금액이 컸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