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소민, 깜깜한 터널 끝에 만난 '이번 생'이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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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현실을 꼬집는 신랄한 대사와 배우들의 화학작용이 빛난 윤택한 드라마로 끝을 맺었다.
꿈 하나를 좇아 보조 작가가 된 지호와 고양이와 자가 주택 마련이 인생의 목적인 세희의 기상천외한 사랑, 그리고 결혼 이야기는 N포 세대가 가진 청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드라마에서 배우 정소민은 이 순간,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윤지호를 브라운관으로 불러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정소민은 "감독님도, 배우들도, 이렇게 재밌게 일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만큼 좋았다"라며 "저희끼리는 시즌제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만큼 큰나는 날에 '아, 아쉽다'라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라고 '이번 생은 처음이라' 종영 소감을 밝혔다.
앞서 정소민은 드라마 ‘나쁜 남자’, ‘장난스런 키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빅맨’, ‘디데이’, ‘마음의 소리’, ‘아버지가 이상해’, 영화 ‘스물’, ‘앨리스:원더랜드에서 온 소년’, ‘아빠는 딸’ 등 다양한 장르물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이어온 덕분에 로맨틱한 모습부터 코믹한 모습까지 복잡 미묘한 캐릭터의 윤지호를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었다.또 전작 ‘아버지가 이상해’를 통해 ‘차세대 로코퀸’이라는 애칭을 얻었던 정소민은 ‘이번 생’을 통해 다시 한 번 매력을 경신하며 한계 없는 20대 대표 여배우에 이름을 올렸다.
대중들이 보낸 좋은 반응 만큼 정소민도 윤지호 역에 대한 애착이 컸다. "지호가 저에게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어요.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많은 캐릭터이면서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과 반대되는 것을 지호가 가지고 있어요. 친구를 깊게 사귄다든지, 다른 사람의 장점을 입는다든지요. 지호로 사는 동안 지호에게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호와 정소민은 '붕어빵'이라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닮은 점이 많았다. "저희 가족도 경상도 집안에 남동생도 실제로 스물 여섯살이거든요. 또 발레를 하다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쓰고 무작정 연기하겠다고 서울 온 것도 그렇고요.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누가 내 삶을 들여다 본 것 같기도 했고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윤지호는 사회에서 가장 최약체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곳에 서있다. 하지만 상처받은 것을 상대에게 내보이는 용기를 보여준다. 정소민은 지호의 그런 점이 멋있다고 했다.
"당장 지낼 공간이 없다는 것, 그게 저와는 많이 달랐죠. 또 보조작가라는 직업도 해본 적 없으니까 그런 부분을 메우기 위해 애썼습니다. 지호는 무례하지 않게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아는 것 같아요. 따지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말하는 법이요. 그런 지호의 내공은 저와는 거리가 있으면서 닮고 싶은 점이었어요." '꿈을 먹고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 나는 깜깜한 터널을 걷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극중 정소민이 가장 공감했던 읊었던 내래이션이다. "세상 모두가 하는 일은 달라도 어디서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유독 더 좋았어요. 청춘을 지금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도 다가오는 부분이고, 터널을 지난 사람에게도 '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부분 같아서. 인생에 지금이 터널 같이 느껴질 때가 한번은 있지 않나요."
정소민은 '터널론'을 전하면서 스스로는 한 번 이상 지나온 것 같지만서도 앞으로 또 올 것 같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터널까지는 아니라도 내가 세운 가치관과 내가 가고자 결정한 길, 남들이 볼 때는 불편한 길을 걸을 때 일정 부분의 외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이 말하는 쉬운 길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걷기 위해 노력해야죠."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관전포인트는 지호의 성장과 세희와의 사랑이기도 하다. 극중 집주인으로 만나 남편이 되는 세희 역은 이민기가 분해 정소민과 매우 낯설지만, 눈길이 가는 묘한 매력의 연기 호흡을 선보였다.
"처음엔 저도 많이 낯설었어요. 이민기를 만나 뵌 것도 처음이라 말이죠.(하하) 기본적으로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 편이라 익숙해지고 나니 호흡하기 점점 수월해졌어요. 낯설어서 재밌었던 부분도 있고요. 극의 흐름이 그렇다 보니 친해지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지만 말이죠."
극중 지호는 '모태솔로'라는 설정으로 나온다. 하지만 세희와의 사랑이 전개가 될수록 '여우'가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연애 고수'와 같은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 말에 정소민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크게 웃었다.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절대로 계산하고 그런 아이는 아니에요. 단지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져 있다면 대충 꿰메어 입고 사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던 것 뿐이에요. 차라리 다시 열어 새로 끼우는 그런 사람이지요. 밖에서 보기엔 엉뚱해보일 수 있지만 선택이나 행보를 봤을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거에요." 올 한해 '아버지가 이상해', '아빠는 딸' 등 세 작품을 연속으로 한 정소민은 이제서야 쉴 궁리 중이다. 올해가 지나면 어느덧 서른의 여배우가 된다. "스물 일곱살 부터 빨리 서른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괜히 '3'이란 숫자를 달면 멋있을 것 같고 어른이 되어 있을 것 같고 그랬어요. 막상 한달도 안남은 상황이 되니가 그런건 없네요. 열아홉에서 스무살 될때보다 임팩트가 없는 것 같다. 내년이 되면 기분이 좋을 것만 같아요. 유독 길게 느껴지는 1년이었습니다. 쉬지 않고 일을 하면 빨리 지나갔을 법도 한데 유독 다이내믹 했어요. 이제는 잠시 숨고르기를 하려고요. 삶에 대한 양분을 쌓는 것이 여러모로 맞는 것 같아요. 남동생과 시간 맞춰 여행을 떠나보려고요. "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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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하나를 좇아 보조 작가가 된 지호와 고양이와 자가 주택 마련이 인생의 목적인 세희의 기상천외한 사랑, 그리고 결혼 이야기는 N포 세대가 가진 청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드라마에서 배우 정소민은 이 순간,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윤지호를 브라운관으로 불러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정소민은 "감독님도, 배우들도, 이렇게 재밌게 일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만큼 좋았다"라며 "저희끼리는 시즌제 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만큼 큰나는 날에 '아, 아쉽다'라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라고 '이번 생은 처음이라' 종영 소감을 밝혔다.
앞서 정소민은 드라마 ‘나쁜 남자’, ‘장난스런 키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빅맨’, ‘디데이’, ‘마음의 소리’, ‘아버지가 이상해’, 영화 ‘스물’, ‘앨리스:원더랜드에서 온 소년’, ‘아빠는 딸’ 등 다양한 장르물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이어온 덕분에 로맨틱한 모습부터 코믹한 모습까지 복잡 미묘한 캐릭터의 윤지호를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었다.또 전작 ‘아버지가 이상해’를 통해 ‘차세대 로코퀸’이라는 애칭을 얻었던 정소민은 ‘이번 생’을 통해 다시 한 번 매력을 경신하며 한계 없는 20대 대표 여배우에 이름을 올렸다.
대중들이 보낸 좋은 반응 만큼 정소민도 윤지호 역에 대한 애착이 컸다. "지호가 저에게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어요.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많은 캐릭터이면서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과 반대되는 것을 지호가 가지고 있어요. 친구를 깊게 사귄다든지, 다른 사람의 장점을 입는다든지요. 지호로 사는 동안 지호에게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호와 정소민은 '붕어빵'이라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닮은 점이 많았다. "저희 가족도 경상도 집안에 남동생도 실제로 스물 여섯살이거든요. 또 발레를 하다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쓰고 무작정 연기하겠다고 서울 온 것도 그렇고요.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누가 내 삶을 들여다 본 것 같기도 했고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윤지호는 사회에서 가장 최약체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곳에 서있다. 하지만 상처받은 것을 상대에게 내보이는 용기를 보여준다. 정소민은 지호의 그런 점이 멋있다고 했다.
"당장 지낼 공간이 없다는 것, 그게 저와는 많이 달랐죠. 또 보조작가라는 직업도 해본 적 없으니까 그런 부분을 메우기 위해 애썼습니다. 지호는 무례하지 않게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아는 것 같아요. 따지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말하는 법이요. 그런 지호의 내공은 저와는 거리가 있으면서 닮고 싶은 점이었어요." '꿈을 먹고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 나는 깜깜한 터널을 걷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극중 정소민이 가장 공감했던 읊었던 내래이션이다. "세상 모두가 하는 일은 달라도 어디서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유독 더 좋았어요. 청춘을 지금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도 다가오는 부분이고, 터널을 지난 사람에게도 '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부분 같아서. 인생에 지금이 터널 같이 느껴질 때가 한번은 있지 않나요."
정소민은 '터널론'을 전하면서 스스로는 한 번 이상 지나온 것 같지만서도 앞으로 또 올 것 같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터널까지는 아니라도 내가 세운 가치관과 내가 가고자 결정한 길, 남들이 볼 때는 불편한 길을 걸을 때 일정 부분의 외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이 말하는 쉬운 길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걷기 위해 노력해야죠."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관전포인트는 지호의 성장과 세희와의 사랑이기도 하다. 극중 집주인으로 만나 남편이 되는 세희 역은 이민기가 분해 정소민과 매우 낯설지만, 눈길이 가는 묘한 매력의 연기 호흡을 선보였다.
"처음엔 저도 많이 낯설었어요. 이민기를 만나 뵌 것도 처음이라 말이죠.(하하) 기본적으로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 편이라 익숙해지고 나니 호흡하기 점점 수월해졌어요. 낯설어서 재밌었던 부분도 있고요. 극의 흐름이 그렇다 보니 친해지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지만 말이죠."
극중 지호는 '모태솔로'라는 설정으로 나온다. 하지만 세희와의 사랑이 전개가 될수록 '여우'가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연애 고수'와 같은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 말에 정소민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크게 웃었다.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절대로 계산하고 그런 아이는 아니에요. 단지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져 있다면 대충 꿰메어 입고 사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던 것 뿐이에요. 차라리 다시 열어 새로 끼우는 그런 사람이지요. 밖에서 보기엔 엉뚱해보일 수 있지만 선택이나 행보를 봤을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거에요." 올 한해 '아버지가 이상해', '아빠는 딸' 등 세 작품을 연속으로 한 정소민은 이제서야 쉴 궁리 중이다. 올해가 지나면 어느덧 서른의 여배우가 된다. "스물 일곱살 부터 빨리 서른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괜히 '3'이란 숫자를 달면 멋있을 것 같고 어른이 되어 있을 것 같고 그랬어요. 막상 한달도 안남은 상황이 되니가 그런건 없네요. 열아홉에서 스무살 될때보다 임팩트가 없는 것 같다. 내년이 되면 기분이 좋을 것만 같아요. 유독 길게 느껴지는 1년이었습니다. 쉬지 않고 일을 하면 빨리 지나갔을 법도 한데 유독 다이내믹 했어요. 이제는 잠시 숨고르기를 하려고요. 삶에 대한 양분을 쌓는 것이 여러모로 맞는 것 같아요. 남동생과 시간 맞춰 여행을 떠나보려고요. "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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