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전쟁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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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수 늘리기 대신 전문점에 집중1997년 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은 전국을 돌며 땅을 사들였다. 2000년 이후 이 부지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지었다. 전국에 300개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점포 수와 규모’가 경쟁력이었다.
막 내리는 20년 '규모 경쟁'
화장품·의류·PB 선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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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들이 찾은 돌파구는 전문점이다. 화장품, 의류, 자체브랜드(PB) 상품 등을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을 공격적으로 열고 있다. 유통업계 경쟁의 패러다임이 ‘규모에서 전문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좋은 자리에 큰 매장을 열면 물건이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며 “새 트렌드로 앞서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가 올해 문을 연 전문점만 116곳. 노브랜드숍, 화장품 전문점 센텐스, 일렉트로마트 등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유통에서 전문점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한 뒤 출점 속도가 빨라졌다. 롯데는 가전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 외에 ‘작은 패션 백화점’으로 불리는 엘큐브 등을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미국에서 윌리엄스소노마 브랜드를 들여와 매장 아홉 곳을 새로 냈다. 업계에서는 백화점에 잘 가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 1~2인 가구 증가, 모바일 쇼핑 확산, 정부의 각종 출점 규제 등을 이런 변화의 요인으로 꼽는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