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 "한국 제약산업 '영세'… 수출지원 절실"

"수출용 의약품 세액공제 늘려야
국산약 우선 구매 정책도 필요"

내년 AI 신약개발지원센터 개소
“2018년을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는 해로 만들려면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사진)은 18일 “영세한 국내 제약산업 특성상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론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원 회장은 이날 서울 방배동 협회 회관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제약산업 연구개발(R&D) 투자와 세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발표를 앞둔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서울대 약학과 출신인 원 회장은 대한약사회장과 18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원장을 지냈고 올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 임명됐다. 취임한 직후 한국제약협회 명칭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변경하고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간 협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원 회장은 “한국 제약사의 해외 진출을 위해 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수출용 의약품 생산시설이나 해외 기술 이전에 대한 세액 공제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국내 개발 의약품의 처방을 독려하고 공공의료기관이 국산약을 우선 구매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며 “국산약에 특혜를 주라는 얘기가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할 때 동등한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원 회장은 올해 제약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래형 신산업 중 하나로 제약바이오산업을 선정하고 후속 조치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특위를 설치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케어 실현을 위해 약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약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 회장은 “일괄 약가인하나 약품비 총액관리제와 같은 급격한 약가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며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보험약가 제도를 위해 정부와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원 회장은 내년 중점사업으로 인공지능(AI) 신약개발지원센터 개소를 꼽았다. 내년 1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범부처 추진단을 출범하고 1년간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돕는 AI 사용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4~5년이 걸리던 신약 후보물질 탐색 기간을 6분의 1로 줄여 성공률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 리베이트를 원천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반부패경영시스템(ISO 37001)도 확대한다. 한미약품이 최근 업계 최초로 인증을 받았고 내년 15개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원 회장은 “올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하드웨어 구축에 주력했다면 내년에는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소프트웨어 구축에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