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체온 낮추는 TTM, 뇌졸중·심근경색 치료에 효과
입력
수정
지면C3
"회복 빠르고 장애 덜 생겨"체온을 일정 수준까지 낮추는 목표체온유지치료(TTM)가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환자 예후를 호전시킬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TTM은 2014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받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내외 연구 결과 잇따라
최승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심정지 환자 외에도 뇌졸중, 심근경색 등으로 심뇌혈관이 막히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기존 치료와 함께 TTM을 병행했더니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빠르고 장애가 덜 생기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국내외 의학계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심한 뇌부종을 동반한 60세 이상 중증 뇌경색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대신 TTM으로 치료해 사망률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의식이 없거나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게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TTM은 1997년 서울성모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후 점차 보급돼 현재 70개 이상 상급 종합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병원에서 TTM을 받은 환자는 4년 전에 비해 2.8배 늘었다.
저체온치료로도 잘 알려진 TTM은 심정지 발생 시 환자의 체온을 32~36도 수준까지 일시적으로 낮춤으로써 몸의 대사활동을 억제해 심폐소생술 등으로 다시 소생될 때까지 뇌와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이다. 우리 몸은 심장이 멈추면 줄어든 혈액량으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을 시작하는데 이때 갑자기 심장 박동이 되돌아오면 혈액량이 급격히 늘어나 뇌와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멈췄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해도 장애가 생기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최 교수는 “보통 심정지 후 5분이 지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는데 TTM과 심폐소생술을 병행하면 15~20분까지도 손상을 늦출 수 있다”고 했다.
TTM은 출생 후 혈류 저하로 뇌경색과 비슷한 허혈성 뇌증이 생긴 신생아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72시간 동안 체온을 34.5도로 유지한다. TTM을 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신생아 사망률을 15~25% 정도로 낮추고 뇌성마비 등 신경계질환 후유증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최 교수는 “TTM은 응급의료센터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임상적인 근거가 더 쌓이면 순환기내과, 소아청소년과등 중환자를 상대하는 다른 분과까지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