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신약 개발 공동목표 위해 기업·연구소·학계 힘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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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신약 개발에는 무수히 많은 도전과 실패가 반복됩니다.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원도 필요하죠. 기업과 연구소, 학계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사바 후세인 부사장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사바 후세인 부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6일 회기동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열린 ‘글로벌 이노베이션 데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국내 바이오·의료사업의 창업 인프라를 총괄하고 지원하는 서울바이오허브가 글로벌 제약 기업과 연구개발(R&D)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후세인 부사장은 이날 첫 번째 주자로 선정돼 릴리의 개방형 혁신 신약 개발 프로그램(OIDD)을 국내에 소개했다.
후세인 부사장은 “릴리는 외부 협력과 개방형 혁신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제약업계 선두주자”라며 “릴리가 처음 인슐린을 개발해 생산한 것도 토론토대와 협력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우수한 과학 인재들과 협력해왔다”며 한미약품과의 협력 사례도 소개했다. 릴리는 2015년 3월 한미약품의 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을 약 8000억원에 사들였다. 한미약품은 단계별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마일스톤으로 받은 계약금과 별도로 신약 개발이 성공하면 판매 로열티를 받게 된다.
후세인 부사장은 “협력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며 “한국 제약사들이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면 한국 경제와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릴리는 OIDD 프로그램이라는 웹 기반 플랫폼을 통해 외부 연구자들이 릴리의 신약 개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인터넷에 접속해 릴리가 제공하는 컴퓨터 모의실험 도구와 자동 합성 실험실에서 분자를 설계하고 원격으로 화합물을 합성해볼 수 있다. 자신이 개발한 화합물을 릴리가 보유한 데이터와 비교 분석해 특징을 규명할 수도 있다. 릴리가 축적해온 신약 개발 노하우와 경험, 스크리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과정은 모두 비공개로 이뤄지고 연구자의 아이디어는 사전 동의 없이 릴리 측에 공개되지 않는다. 후세인 부사장은 “데이터의 소유권과 지식재산권은 연구자에게 있다”며 “OIDD 프로그램은 릴리의 자산과 역량을 공개하는 것이어서 위험도 있지만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다음 단계로 진척시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릴리의 OIDD 프로그램에는 지난 7월 기준 32개국 435개 연구기관에서 831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다. 소규모 바이오 벤처기업과 대학, 연구소, 학회 등 단체에 속한 연구원이면 참여할 수 있다. 국내에선 한국화학연구원(KRICT)이 첫 번째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후세인 부사장은 “한국 연구자가 많이 참여해 한국 제약산업의 기초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신약 개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