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디자이너 키우는 현대백화점, 매장 80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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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 아들 이청청의 '라이'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20일 디자이너 이청청의 패션 브랜드 ‘라이(LIE)’ 팝업스토어가 개설된다. 영국의 패션전문학교 센트럴세인트마틴대를 졸업한 이 디자이너는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서 단독으로 패션쇼를 열었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 디자이너인 이상봉 홍익대 패션대학원장. 이런 배경에도 자신의 옷을 일반 소비자에게 알릴 기회가 부족했다. 현대백화점이 이 디자이너와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기로 한 이유다. 올해 말까지 라이 외에도 시지엔이, 에잇타임즈, 요이츠 등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잇따라 현대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낸다.
김정숙 여사 패션 '시지엔이'
캐시미어 '에잇타임즈' 등 입점
상품 차별화하고 인재 육성
브랜드 컨설팅에 자금 지원
◆디자이너 팝업스토어 확대현대백화점이 차세대 ‘K패션’을 이끌어갈 신진 디자이너 육성과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40개 정도 운영한 신진 디자이너의 팝업스토어를 내년에는 80개로 늘리기로 했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지난 수십 년간 백화점 패션부문의 한 축이었다. 디자이너 매장 매출이 여성복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해외 브랜드와 국내 대형 패션업체 상품에 밀리면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입지가 점차 좁아졌다. 백화점에서 밀려난 디자이너들이 TV홈쇼핑이나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옮기기도 했다.현대백화점은 작년부터 판매 상품을 차별화하기 위해 신진 디자이너를 적극 발굴하기 시작했다. 국내 패션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K패션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도 있다.오는 22일부터 판교점과 대구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 이서정 디자이너의 시지엔이는 ‘영부인의 패션’으로 회자되며 주목받는 브랜드다. 김정숙 여사는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면서 이 브랜드의 저고리형 롱베스트를 입었다. 11월 동남아시아 순방 때는 이 브랜드의 롱코트와 블라우스를 입었다.
시지엔이는 작년 가을·겨울 시즌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신진 브랜드다. 동양과 서양의 상반된 요소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현대적 디자인의 옷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날 무역센터점 천호점 목동점 등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에잇타임즈는 ‘발레리나가 입는 캐시미어’라는 콘셉트의 브랜드다. 프랑스 국립현대무용학교(CNDC)를 졸업한 발레리나 출신 유정아 디자이너는 천연 소재로 편안하면서 우아한 실루엣의 옷을 만들어낸다.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로 블라우스(20만원대), 원피스(20~30만원대), 캐시미어 코트(50~70만원대)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디자이너 발굴 공모전도
권혜진 디자이너의 요이츠도 연내 천호점 목동점 대구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로 했다. 요이츠는 가을·겨울엔 캐시미어를, 여름엔 다양한 연령대가 입을 수 있는 플리츠(주름) 소재 아이템을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한 차례 팝업스토어를 연 요이츠는 올 3월엔 판교점에 정식 매장까지 냈다. 월평균 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상반기 신진 디자이너 발굴을 위한 공모전인 ‘코드H’를 개최한다. 우수 브랜드엔 정식 매장을 열 기회를 줄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상품력은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를 위한 마케팅 컨설팅을 해주고, 자금력이 부족한 브랜드엔 동반성장기금을 활용해 자금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