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일홍 총장 "홀로그램 강의 시대 곧 열려… 온라인대학 정책 확 바뀌어야"

벤처 1세대서 사이버대 경영자로…장일홍 한국열린사이버대 총장

해외선 온라인대학 특화 경쟁 속
오프라인대학의 대안으로 부상
국내는 기존 대학과 동일한 규제
등록금·정원 제한…지원은 전무

열린사이버대, 한 학기 수강생 최다
72개 오프라인 대학과 제휴
강의만 400여개…학점 인정도
장일홍 한국열린사이버대(OCU) 총장(62·사진)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LG상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불혹을 넘길 무렵 대학 온라인 강의를 위한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 벤처 사업가로 변신했다. 1990년대 말 ‘사업가 장일홍’은 교육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에듀테크’ 시장을 만든 개척자였다. 당시 벤처기업협회에서 안철수(현 국민의당 대표), 변대규(현 휴맥스 의장) 등 ‘벤처 1세대’들과 임원진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장 총장이 온라인 대학(원격 혹은 사이버 대학)과 연을 맺은 건 2010년이다. 국내 첫 온라인 대학인 OCU가 재정난에 처하자 그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OCU는 성균관대 등 10개 대학이 연합해 2001년 출범한 대학이다. 온라인 강의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기에 기꺼이 200억원을 투자해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2014년부터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19일 만난 장 총장은 대학의 미래를 화두로 꺼냈다. 그는 “홀로그램 기술로 구현된 가상의 강의실이 눈앞에 펼쳐지는 시대가 곧 열린다”며 “대학에서 온·오프라인 경계가 갈수록 희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대학의 경영자니 의례적으로 하는 말일까 싶었는데 장 총장은 “이미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한 강의가 미국에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라디오로 시작한 원격 대학은 인터넷 보급으로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스페인 카탈로니아오픈대(1994년)가 온라인 강의를 선보이면서 원격 대학은 곧 온라인 대학이 됐다. 미국에선 1999년 존스국제대가 첫 인가를 받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온라인 대학을 출범시킨 나라다.

국내 온라인 대학은 OCU를 시초로 현재 21개(4년제 17개)로 확대됐다. OCU만 해도 ‘주인’을 찾은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한 학기 동시접속자 수가 6만5000여 명에 달한다. 수강생 기준으로 보면 온·오프라인 통틀어 최대 규모다. OCU가 자체 보유한 학과는 10개(단과대로는 2개)에 불과하고, 등록한 학생도 4500명 정도지만 72개 오프라인 대학과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로 통했다. 충북대 교수가 OCU에서 온라인 강의를 만들어 놓으면 충북대 학생은 이를 온라인으로 이수해 학점을 받는 식이다. 장 총장은 “72개 대학 중 국립대가 25곳이고, 제휴 강의만 400여 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방송통신대를 비롯해 국내 온라인 대학은 주로 성인을 위한 교육기관이다. 해외도 비슷한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2010년을 전후해 오프라인 대학을 대체할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하버드대보다 등록금이 비싸고, 입학 경쟁률도 치열하다는 미네르바대가 대표적이다. 160여 개국에서 모인 ‘소수정예’ 학생으로 구성된 미네르바대는 최첨단 IT를 활용한 창의·융합 교육에 특화돼 있다.

이에 대해 장 총장은 “한국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대학을 기존 대학과 동일한 규제 틀에서 묶고 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등록금은 동결돼 1인당 100만원가량에 몇 년째 머물러 있고, 정원도 제한돼 있다. 지원책은 아예 없다. 교육부는 오프라인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연간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입하지만, 온라인 대학을 위한 예산은 ‘제로’다. 장 총장은 “콘텐츠 질(質) 관리를 위한 교육부의 고심을 이해한다”면서도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국경을 넘은 대학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