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확대에 여의도 땅 168배 필요… 간척지·농지 벌써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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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3020 계획정부가 20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달성하려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68배에 해당하는 땅에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총 92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부지 확보와 민간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다. 태양광 사업자로부터 최대 20년간 고정된 가격에 전기를 구매해주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정부 대책 발표 전부터 ‘태양광 부지만 확보하면 연 10% 이상의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소문이 돌며 일부 농지와 간척지 땅값이 들썩이는 등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재생에너지 20%로…'태양광 투기' 우려
협동조합·농민·발전사업자가 생산한 태양광
최대 20년간 정부 고시가에 사줘 수익 보장
농어촌 땅값 치솟고 협동조합 난립 가능성
부지 확보 가능할까재생에너지 확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지 확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태양광으로 1GW의 발전설비를 지으려면 13.2㎢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가정했다. 풍력은 5㎢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계획이 2030년까지 태양광 30.8GW, 풍력 16.5GW의 설비를 구축하는 점을 고려하면 필요한 부지는 태양광 406.6㎢, 풍력 82.5㎢ 등 총 489.1㎢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168배에 달한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는 1GW 설비용량을 갖추는 데 필요한 부지가 0.6㎢ 정도다. 산업부 추산대로라면 태양광은 원전에 비해 20배 이상이, 풍력은 10배 가까운 부지가 필요한 셈이다.
부지 확보 과정에서 빚어질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난개발에 따른 농민·환경 단체의 반발은 물론이고 자본력을 갖춘 외지인이 개발 이익을 챙겨갈 것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의 반발 등이 그것이다.20년간 고정가격 보장
정부가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발전차액지원제도(FIT)’다. 협동조합과 농민이 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이익을 보장해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태양광 발전단가 고시가격을 발표하면 한국전력과 6개 발전자회사 등이 협동조합과 농민이 생산하는 태양광 전기를 15~20년간 고시가격에 사줘야 한다. 협동조합은 설비용량 100㎾ 미만, 농민은 30㎾ 미만까지 FIT 혜택을 받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 5년간 한시 적용되지만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했다.
농민과 협동조합 이외의 사업자는 장기고정가격제도를 적용받는다. 한전 발전자회사가 입찰 공고를 내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전기를 얼마에 팔겠다고 써내고, 발전자회사가 그중 최저가를 써낸 곳들을 선택해 최대 20년간 고정가격에 전기를 사준다. 정부는 발전자회사들의 의무 구매량을 늘려 재생에너지 사업자를 돕겠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사업자 A씨는 “최저가격을 써내는 곳은 대부분 대규모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곳”이라며 “공기업 돈으로 대규모 사업자만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부담은 발전 공기업이 떠안아야 한다”며 “이로 인한 손실이 커지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가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투기’ 우려
정부는 태양광을 늘리기 위해 농지법을 개정, 농업 이외의 용도로 쓸 수 없는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 일부에 태양광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염해 농지(소금기 있는 땅)는 20년간 태양광이 허용되고, 건축물의 지붕이나 옥상을 활용한 태양광은 모든 농업진흥구역 내에 설치할 수 있다.정부가 태양광 발전 확대를 위해 정책적 지원에 나선다는 소문이 일찌감치 돌면서 발전단지 가능 부지로 꼽히는 간척지 등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 서산 간척지구 땅값은 지난해 3.3㎡당 2만~3만원 하던 것이 최근 6만원대로 뛰었다.
인터넷에는 ‘연 10% 이상 수익 보장’ 등의 문구를 내세워 태양광 투자를 유치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농어촌 지역에 투기적 수요가 몰려 땅값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FIT 혜택을 받기 위해 급조된 협동조합이 난립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