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수교 25주년] 드라마에서 스포츠까지…한류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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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대표팀에 한국인 지도자 '열풍'…합작 드라마·영화도 인기
"한류 일방 전파 벗어나 베트남 문화도 수용해 이해 폭·깊이 넓혀야"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베트남의 호앙 쑤언 빈(43)은 단번에 국가영웅이 됐다.베트남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그는 정부의 두둑한 포상금을 받은 것 이외에도 외국 유명 가전업체와 맥주업체의 CF도 찍는 등 명예와 부를 한 손에 쥐었다.
이 성공신화 뒤에는 2014년 10월부터 베트남 사격 국가대표팀을 이끈 박충건(51) 감독이 있었다.
베트남 정부는 박 감독에게 '최고 우정 훈장'을 수여했으며 베트남 시민권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베트남에서 '스포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지난 10월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주역 박항서(58) 전 창원시청 감독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았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대구FC를 이끌었던 이영진(54) 감독은 박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영입됐다.베트남 국가대표팀 가운데 사격, 유도, 양궁, 태권도에 이어 축구까지 한국인이 감독이나 코치를 맡자 현지에선 '스포츠 한류'라는 말이 나온다.
박충건 감독은 20일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베트남이 성실하고 악착스러운 한국인 지도자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지난 8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017년 동남아시안 게임 때 한국인 지도자들이 맡은 베트남 대표팀들이 모두 금메달을 땄다"고 말했다.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을 지낸 박낙종 베트남 국립문화예술연구원 정책자문관은 "1990년대 말 베트남에 한국 드라마를 시작으로 한류가 상륙해 음악, 패션, 화장품, 음식, 스포츠 등 다방면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베트남 중장년층의 뇌리에는 '첫사랑', '별은 내 가슴에',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전에는 TV가 한류를 접할 수 있는 주 통로였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맞물려 인터넷이 TV를 대체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 4천900만 명이며 소셜미디어 계정은 4천500만 개 이상이다.
한국 인기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즐기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아직 크게 활성화돼 있지는 않지만, 한국과 베트남의 합작 드라마나 영화 제작도 이뤄진다.
베트남 하노이시의 유복한 집안 딸이 한국 유학 때 다양한 국적의 또래들과 겪은 하숙집 생활을 그린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이 2014년 베트남 국영 VTV3에서 방송됐다.
당시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여세를 몰아 지난해에 '오늘도 청춘 2'가 제작·방영됐다.
2015년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를 베트남판으로 리메이크한 '내가 니 할매다'에 이어 올해는 한·베트남 합작영화 '걸 프롬 예스터데이'(The Girl From Yesterday)가 베트남에서 개봉해 흥행몰이를 했다.베트남에서 K팝 팬이 5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젊은층 사이에서 K팝 인기는 여전하다.
하노이에 있는 여행기획사에서 일하는 따 티 하 짱(22)은 "유튜브 K팝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팬 페이지를 통해 한국 음악을 즐기고 관련 정보를 얻는다"며 "베트남에서 '빅뱅'의 공연을 직접 보는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K팝 전파에서 벗어나 현지 스타를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최근 하노이를 방문, "K팝처럼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V팝'을 만들 것"이라며 'NCT 베트남팀'을 구성해 세계적 스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교역 확대와 인적 교류를 중심으로 양적 성장을 이룬 한국과 베트남 관계의 성숙을 위해 상호 문화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노이국립외대의 도 투이 항 한국어·한국문화학부 전임강사는 "같은 유교권인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정서적 공감,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확대, 베트남 경제 발전 등이 한류 확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항 강사는 "한국에 이주하는 베트남 여성과 그들의 2세, 베트남인 유학생과 취업자 등이 많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인도 베트남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 방송에서 베트남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여러 매체가 베트남 경제·교육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에 거주하는 상대국 교민은 각각 약 15만 명이며 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가운데 베트남인은 약 1만5천 명으로 중국인(약 6만9천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박낙종 정책자문관은 "베트남이 경제·사회 발전에 발맞춰 경쟁력 있는 자체 콘텐츠 생산 등 문화산업 육성에 눈을 돌리며 한국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면서 "두 나라의 문화 협력을 강화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류 일방 전파 벗어나 베트남 문화도 수용해 이해 폭·깊이 넓혀야"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베트남의 호앙 쑤언 빈(43)은 단번에 국가영웅이 됐다.베트남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그는 정부의 두둑한 포상금을 받은 것 이외에도 외국 유명 가전업체와 맥주업체의 CF도 찍는 등 명예와 부를 한 손에 쥐었다.
이 성공신화 뒤에는 2014년 10월부터 베트남 사격 국가대표팀을 이끈 박충건(51) 감독이 있었다.
베트남 정부는 박 감독에게 '최고 우정 훈장'을 수여했으며 베트남 시민권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베트남에서 '스포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지난 10월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주역 박항서(58) 전 창원시청 감독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았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대구FC를 이끌었던 이영진(54) 감독은 박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영입됐다.베트남 국가대표팀 가운데 사격, 유도, 양궁, 태권도에 이어 축구까지 한국인이 감독이나 코치를 맡자 현지에선 '스포츠 한류'라는 말이 나온다.
박충건 감독은 20일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베트남이 성실하고 악착스러운 한국인 지도자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지난 8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017년 동남아시안 게임 때 한국인 지도자들이 맡은 베트남 대표팀들이 모두 금메달을 땄다"고 말했다.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을 지낸 박낙종 베트남 국립문화예술연구원 정책자문관은 "1990년대 말 베트남에 한국 드라마를 시작으로 한류가 상륙해 음악, 패션, 화장품, 음식, 스포츠 등 다방면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베트남 중장년층의 뇌리에는 '첫사랑', '별은 내 가슴에',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전에는 TV가 한류를 접할 수 있는 주 통로였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맞물려 인터넷이 TV를 대체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 4천900만 명이며 소셜미디어 계정은 4천500만 개 이상이다.
한국 인기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즐기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아직 크게 활성화돼 있지는 않지만, 한국과 베트남의 합작 드라마나 영화 제작도 이뤄진다.
베트남 하노이시의 유복한 집안 딸이 한국 유학 때 다양한 국적의 또래들과 겪은 하숙집 생활을 그린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이 2014년 베트남 국영 VTV3에서 방송됐다.
당시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여세를 몰아 지난해에 '오늘도 청춘 2'가 제작·방영됐다.
2015년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를 베트남판으로 리메이크한 '내가 니 할매다'에 이어 올해는 한·베트남 합작영화 '걸 프롬 예스터데이'(The Girl From Yesterday)가 베트남에서 개봉해 흥행몰이를 했다.베트남에서 K팝 팬이 5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젊은층 사이에서 K팝 인기는 여전하다.
하노이에 있는 여행기획사에서 일하는 따 티 하 짱(22)은 "유튜브 K팝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팬 페이지를 통해 한국 음악을 즐기고 관련 정보를 얻는다"며 "베트남에서 '빅뱅'의 공연을 직접 보는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K팝 전파에서 벗어나 현지 스타를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최근 하노이를 방문, "K팝처럼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V팝'을 만들 것"이라며 'NCT 베트남팀'을 구성해 세계적 스타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교역 확대와 인적 교류를 중심으로 양적 성장을 이룬 한국과 베트남 관계의 성숙을 위해 상호 문화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노이국립외대의 도 투이 항 한국어·한국문화학부 전임강사는 "같은 유교권인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정서적 공감,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확대, 베트남 경제 발전 등이 한류 확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항 강사는 "한국에 이주하는 베트남 여성과 그들의 2세, 베트남인 유학생과 취업자 등이 많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인도 베트남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 방송에서 베트남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여러 매체가 베트남 경제·교육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에 거주하는 상대국 교민은 각각 약 15만 명이며 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가운데 베트남인은 약 1만5천 명으로 중국인(약 6만9천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박낙종 정책자문관은 "베트남이 경제·사회 발전에 발맞춰 경쟁력 있는 자체 콘텐츠 생산 등 문화산업 육성에 눈을 돌리며 한국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면서 "두 나라의 문화 협력을 강화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