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또 하나의 '1000만 영화'를 향해

어느 해보다 치열한 크리스마스 극장가
한 편의 영화와 함께 연말연시 즐기기를

이윤정 < 영화전문마케터·퍼스트룩 대표 >
어느덧 한 해가 마무리되는 12월이다. 매년 돌아오는 12월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영화 시장에서 한 해 중 두 번째로 큰 시장에 속한다. 대학생을 비롯한 초·중·고 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고 크리스마스 휴일이 있고 연말이라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12월과 1월의 겨울 방학 시즌은 여름만큼 관객 증가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장기흥행을 통해 1000만 명 이상의 흥행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는 중요한 시기다. 일례로 한국 영화 중 1000만 명 이상 흥행을 달성한 영화는 총 15편인데 이 중 8편이 여름방학, 6편이 겨울방학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 방학이 아닌 시즌에 개봉해 1000만 명이 넘은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 한 편이 유일하다. 결과가 이렇다 보니 영화 투자배급사는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시즌이면 자존심을 건 전쟁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그만큼 중요한 두 번째 대목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시기는 투자배급사의 자존심을 건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시즌이고 드디어 올해 다시 그때가 돌아왔다. 올해 12월은 총 4편의 영화가 피할 수 없는 겨울 대전을 치르게 됐다. 지난 14일 ‘강철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포문을 연 올겨울 대전은 20일 ‘신과 함께-죄와 벌’, 마지막으로 오는 27일 개봉하는 ‘1987’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배급사별로 가장 자신 있는 작품들로 차려진 연말 대전인 만큼 대진표에 적힌 작품들의 면면 역시 다채롭고 화려하다.

우선 캐스팅을 살펴보면 여느 연말 대전에서는 보지 못한 화려한 캐스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연, 조연을 망라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을 연말 시즌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무려 세 명이나 된다. ‘신과 함께-죄와 벌’ ‘1987’의 주연을 맡은 배우 하정우 외에도 배우 김의성과 조우진 역시 각기 다른 두 편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로 명연기를 펼친다. 세 배우 모두 극과 극의 상반된 캐릭터로 분하기에 영화별로 찾아보고 비교해보는 묘미가 쏠쏠하다.

그런가 하면 이번 연말 대전은 과거, 현재, 미래, 심지어 사후까지 각 영화가 다루는 시대와 세계가 다채롭기에 취향에 따라 골라 보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설의 SF(공상과학) 영화가 있는 한편 30년 전 한국의 가슴 아픈 시대를 다룬 영화도 있다. 또 다른 영화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세계가 주목 중인 북한의 도발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다른 한 편의 영화는 죽음 이후 사후 세계를 리얼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무장한 채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상영시간은 가장 긴 영화가 152분, 가장 짧은 영화가 129분이며 두 편의 영화는 ‘12세 관람가’고 나머지 두 편의 영화는 ‘15세 관람가’다.올 12월은 네 편의 영화 관계자에겐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시장으로 기억되겠지만 관객들에겐 그 어느 해보다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연말 시즌이 될 것 같다. 모든 영화인은 관객 여러분이 한 편의 영화와 함께 2시간 남짓 즐거운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다면 그만한 보람이 없다고 느낄 것이다.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는 인사를 짧은 영화 소개로 대신한다.

이윤정 < 영화전문마케터·퍼스트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