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나온 장평순 "교원그룹 딥 체인지"

10년 만에 언론 간담회

"내년 매출 2조 달성"
VR·AI기술로 디지털 콘텐츠사업
베트남 진출…영어학습지 곧 출시
홈케어서비스로 렌털사업 차별화

"재무구조 탄탄…상장 안한다
장남 일잘하면 회사 물려줄 것"

웅진출판 전국 판매왕 출신
빨간펜·구몬으로 학습지계 평정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왼쪽)은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담회를 열고 “교육사업의 디지털화 및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렌털가전사업을 확대하겠다”며 “내년 매출 2조원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장 회장의 장남인 장동하 교원그룹 기획조정부문장. /교원그룹 제공
학습지 ‘빨간펜’ ‘구몬학습’으로 잘 알려진 교원그룹의 장평순 회장은 윤석금(웅진그룹 회장)과 자주 비교된다. 장 회장이 웅진 출신인 데다 방문판매를 기반으로 한 교원 교육 및 생활가전 렌털사업이 웅진그룹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주력 계열사인 교원구몬이 국내 1위 교육업체로 컸지만 장 회장은 세간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던 장 회장이 10년 만에 언론 간담회를 자청했다. 장 회장은 세계에 ‘K러닝’ 바람을 일으키고, 세상에 없던 생활가전 제품을 선보이며 내년을 도약의 해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교원사업 전 부문 딥 체인지”

장 회장은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담회를 열고 “교원의 사업 전 부문에 걸쳐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선보이겠다”며 “매출도 올해 1조3000억원(추정치)에서 내년엔 2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사업 디지털화 및 해외 진출 그리고 렌털가전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교원은 학습지와 전집 등 모든 교육상품을 스마트기기와 연동하는 디지털 콘텐츠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장 회장은 “30년 이상 축적한 콘텐츠와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이 우리만의 경쟁력”이라며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교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만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도 진출한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학습지 ‘도요새잉글리시’를 곧 내놓는다.생활가전사업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 혁신적인 헬스케어 기기 등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세탁기 청소 같은 ‘홈케어 관리 서비스’를 강화한 렌털사업으로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장남인 장동하 교원그룹 기획조정부문장을 소개했다. 아들에 대해 “승계가 아직 구체적으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맡은 일을 잘하면 회사를 물려줄 것”이라고 했다. 장 부문장은 2011년 교원그룹에 입사해 교원라이프와 교원크리에이티브 대표를 맡고 있다.

◆출판사 영업사원의 ‘꿈’

1951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장 회장은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영양실조에 걸리기까지 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무원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험에 계속 떨어졌고 그러다 입사한 곳이 웅진출판사다. 타고난 영업력으로 1년 만에 전국 판매왕 자리에 올랐다.책을 팔면서 만난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에 주목했고, 독립해 승부수를 던졌다. 1985년 11월 서울 인사동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자본금 3000만원으로 중앙교육연구원을 세웠다. 학습지에 문제와 해설, 요점 정리를 모두 수록하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구성의 ‘빨간펜’과 ‘구몬학습지’는 단숨에 국내 학습지업계를 평정했다.

학습지 성공을 발판으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혔다. 2000년부터 전국에 호텔을 지었고 2003년 정수기와 비데 등 생활가전 렌털사업에 뛰어들었다. 2011년엔 상조회사 교원라이프를 세웠고 얼마 전엔 직접판매(네트워크판매) 사업에 진출했다. 그룹이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원그룹의 계열사 모두 비상장사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은 “회사가 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 재무구조도 탄탄하다”며 당분간 상장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