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리 없는 영웅들의 푸근한 겨울

김판석 < 인사혁신처장 mpmpsk@korea.kr >
며칠 전 전국에 큰 눈이 내렸다. 눈 구경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 관광객에게 우리나라의 겨울철 함박눈은 주요 관광 테마다. 얼마 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군에도 동남아 관광객이 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는 약 100여 개국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눈을 보기 어려운 나이지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지난 소치대회보다 더 많은 나라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평창판 쿨러닝’이라 불리는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팀이 화제다. 이들은 런던올림픽 100m 허들 종목 출전자 등 육상 선수 출신으로 팀을 구성했다. 1년간 연습과 도전 끝에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봅슬레이 2인승 팀은 속도와 방향을 조종하는 파일럿과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브레이크맨으로 구성된다. 두 사람이 썰매를 밀면서 달리다 탑승한다. 이런 종목 특성으로 볼 때 스피드를 갖춘 육상 선수는 봅슬레이 선수에게 필요한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셈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도 단거리 육상 선수가 봅슬레이로 전향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대회 준비로 분주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지난주 방문해 수습사무관을 포함한 현장 직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세계인의 축제를 준비한다는 사명감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통역·안내에서 제설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자원봉사자,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단기지원 공무원, 공기업, 후원사 등 290여 기관에서 많은 인력이 파견돼 대회를 준비 중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화려한 장막 뒤의 소리 없는 영웅들(unsung heroes)이다.

최일선 대민(對民) 접점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 경찰 등 특정직 공무원과 단기지원에 참여한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혹한에도 불구하고 국방에 진력 중인 국군 장병, 겨울철 화재 대비에 여념이 없는 소방공무원,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과 방재·안전 분야 공무원, 복지의 온기를 어려운 곳에 전하는 사회복지공무원 등 많은 인력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이런 실정을 고려해 국민 생활안전 분야에 대한 인재선발과 근무여건 개선은 물론,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개선하기 위해 근무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연일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소리 없는 영웅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안전하고 푸근한 겨울을 보내기를 성원한다.

김판석 < 인사혁신처장 mpmpsk@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