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진 면허시험 덕분에 '사고치는' 초보운전자 확 줄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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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시' 1년… 합격률 '뚝'24일 서울 강서구의 한 운전면허학원. 이른 아침임에도 시험장은 ‘장수생’들로 북적였다. 세 번째 면허시험에 도전한다는 허모씨(19)는 “개정 이후 평균 서너 번씩은 재시험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세 번째인 이번에는 꼭 붙어야 한다”며 총총걸음으로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신규면허취득 전년 34% 그쳐
1만명 당 사고건수 8.7건 줄어
난도를 대폭 높인 소위 ‘불운시(까다로운 운전면허시험)’ 시행 1년 만에 합격률과 신규 면허 취득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권역 4개 운전면허시험장의 장내 기능시험 올해 합격률(1~11월)은 37.1%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89.9%에 비해 52.8%포인트 급락했다.신규 면허 취득자 수도 급감했다. 개정 이후 10개월 동안 신규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29만270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4만5024명)의 34%에 불과하다.
대신 ‘사고 치는’ 초보운전자는 크게 줄었다. 제도 시행 후 신규 면허 취득자 1만 명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2건(10월 기준)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28.9건)보다 8.7건 감소했다. 총 발생 건수도 2440건에서 591건으로 대폭 낮아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험 난도 상승이 교통사고 예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불운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선진국처럼 면허 취득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하지만 어려워진 시험 탓에 면허 취득 비용이 너무 늘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자동차학원비가 1년 전보다 30%나 올랐다는 게 수험생들 지적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평가항목이 확대돼 시설 확충비용이 증가하고 의무교육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비싼 학원비 탓에 비용이 절반 수준인 불법운전연수학원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전했다.
황정환/장현주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