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RG발급' 은행 순번제로

대주주 회생 의지·구조조정에
금융권 이례적 '신뢰' 보여
삼성중공업이 선박 건조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8개 은행에서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받기로 했다. 국내 조선사 중에선 재무구조가 최상급인 현대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로 ‘RG순번제’ 혜택을 받음에 따라 자금 조달에 숨통을 트일 전망이다. 지난 6일 대규모 적자 예고와 유상증자 공시를 내면서 시장 우려가 커진 것과 달리 금융권은 삼성전자 등 대주주의 책임 경영에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채권금융기관인 수출입, 산업, KEB하나, 우리, 신한, 농협, 기업, 국민 등 8개 은행은 이달 초순 삼성중공업의 수주 건에 대해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RG를 발급해주기로 약정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RG발급 관련 걱정을 덜게 돼 자금 관리 측면에서 여유가 생겼다.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목표치를 초과한 67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고도 국내 금융회사에서 RG 발급을 기피하면서 보증료율이 두 배로 비싼 해외 보험회사까지 찾아가 RG를 받아야 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건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선주가 이미 지급한 선수금을 책임지고 돌려주겠다는 금융회사의 보증서를 뜻한다.

조선업계에선 RG 취급을 꺼리는 시중 은행이 삼성중공업 RG에 모두 참여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6일 내년까지 7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라고 공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금융권은 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적극 나선다는 점과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부채 감축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대주주가 강력한 회생 의지를 보임에 따라 은행권도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