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CG에 탄성, 잔잔한 모성애에 눈물… 흥행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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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극장가 선점한 '신과 함께'…개봉 6일 만에 400만 돌파김용화 감독의 판타지 ‘신과 함께: 죄와 벌’이 가족 관객을 대거 끌어모으면서 올 들어 최단 기간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0일 개봉한 후 엿새째인 25일 오전 7시께 400만 명을 넘어섰다. 24일 하루 동안에만 126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 흥행 영화인 ‘택시운전사’의 최다 일일 관객 수(112만3910명)를 뛰어넘는 수치다.
소방관이 죽은 뒤 환생 위해 저승사자와 지옥 통과하는 얘기
최대 CG업체 덱스터 80억 투자…전체 장면 78%를 CG로 채워
배우들 감정 흐름에 역점…1편은 가족, 2편 대인관계 다뤄
총제작비 400억원을 투자해 1, 2편을 함께 촬영한 이 작품은 이번주 편당 손익분기점 6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작품에는 김 감독이 최대주주 겸 대표인 덱스터스튜디오(덱스터)가 8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국내 최대 시각효과업체 덱스터는 이 작품의 공동 제작사로 전체 컴퓨터그래픽(CG)도 해냈기 때문에 흥행 호조에 따라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2편은 내년 여름 개봉한다. 제작자 겸 연출가인 김 감독은 흥행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쉴 새 없이 눈물로 잽을 날린다는 소감이 있더군요. 삶과 죽음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려면 감정의 끝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관객이 그런 정서적인 부분을 만족해하는 것 같습니다. 감정에 충실한 블록버스터라고 하는군요.”
이 영화는 소방관이 죽은 뒤 환생하기 위해 저승차사와 함께 지옥의 일곱 관문을 통과하는 이야기. 마지막 30분간 가족애, 특히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그린 장면이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다.“‘모든 어머니는 벙어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의 허물을 알지만 말 못하는 게 어머니죠. 후반 30분은 그런 어머니의 심경을 은유로 표현했어요. 원작의 감동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배우들의 감정 흐름에 힘을 모았습니다. CG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관객은 결국 배우에게 집중하게 되니까요.”
1, 2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용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누구나 죄를 짓고 산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자신의 죄에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수 있는지, 타인의 죄를 내가 용서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는 얘기다. 1편이 가족 관계에 치중했다면 2편은 사회적 대인관계로 확장할 것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이야기의 완성도는 전체의 78%를 차지하는 CG 장면이 끌어올렸다. 총 2550개 커트 중 CG가 2009개다. 1, 2편의 CG 비용만 총 150억원이다.
“덱스터가 CG를 총지휘하되 CG 제작사 다섯 곳에 물량을 나눠주고 공동 작업했습니다. 편당 75억원의 CG 비용은 할리우드 대작의 10분의 1 규모죠. 그렇지만 품질은 뒤지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테마파크용 가상현실(VR) 물량을 맡아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를 만들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화탕지옥에서 사람들이 고통받는 장면과 물, 불, 바람 등 자연현상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고난도 작업을 무리 없이 해냈습니다.”1, 2편을 동시에 제작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그는 경제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겠지만 시간 제약으로 연출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꺼번에 많은 장면을 찍다 보니 세공미를 발휘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김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로 연속 히트한 뒤 ‘미스터고’로 큰 좌절을 맛봤다. 그는 “고릴라가 야구를 하는 내용의 ‘미스터고’는 제작하고 보니 어린이를 위한 영화였다”며 “하지만 ‘신과 함께’는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덱스터는 이달 중국으로부터 두 건의 107억원어치 CG 물량을 수주했다. 이는 연간 매출의 30% 정도다. 그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10개월간 중국 물량이 없었는데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며 “그동안 미뤄진 수주 논의들이 재개되고 있다”고 말했다.김 감독은 내년에 할리우드 히어로물 ‘프로디걸’의 메가폰을 잡는다. 마블코믹스의 창시자 스탠 리의 부름을 받았다. 김 감독은 “지금은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 내년 말께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며 “2019년이 개봉 목표”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