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펀드선 자금 '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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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펀드로 돌아온 개미들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한 데다 세계적으로 주식 등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채권형 펀드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으로 매력 떨어져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공·사모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21일 기준 97조43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99조8578억원) 1년5개월여 만에 100조원 아래로 내려온 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들어가면서 시장금리 움직임에 크게 좌우되는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회복세에 힘입은 주식시장 ‘랠리’ 기대도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진 지난 10월 이후 3개월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24%포인트가량 올랐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02%에 불과했다.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세는 만기 1년 미만 채권에 투자하는 초단기채 펀드와 국채를 주로 매입하는 국공채 펀드에서 두드러진다. 초단기채 펀드는 올 상반기 미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과 북한 리스크(위험) 등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자금을 짧게 굴리려는 개인투자자의 뭉칫돈이 몰린 상품이다. 최근 한 달간 초단기채 펀드와 국공채 펀드에서는 각각 4028억원과 2898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한은과 Fed가 내년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권형 펀드의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