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경제·경영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출판계 달군 '4차 산업혁명'
입력
수정
지면C1
인공지능·빅데이터·가상현실·자율주행차…올해 경제·경영 출판가의 최대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지난해 3월 한국 사회를 강타한 ‘알파고 충격’과 때맞춰 나온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의 인기로 불기 시작한 관련 도서 출간 붐은 올 들어 더욱 거세졌다.출판·서점계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도서 출간 종수는 지난해 30여 종에서 올 상반기 95종으로 늘어난 데 이어 하반기에는 120종을 넘어섰다. 대형 서점에 4차 산업혁명을 타이틀로 한 독립 코너가 고정 운영될 정도로 신간들이 쏟아져 나왔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 또는 ‘디지털 레볼루션’에 다름 아닌 실체 없는 개념이란 지적도 받지만 출판가에서만큼은 혁신적 기술들이 현재 일으키는 변화나 앞으로 가져올 미래를 총칭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거론되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무인자동차, 클라우드 등을 다룬 책들과 이런 기술들로 촉발되는 경제적·사회적 변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책들이 경제·경영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한국경제신문과 인터파크도서가 함께 선정한 ‘2017 올해의 경제·경영서’에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반영됐다. 새로운 기술의 적용과 확산에 따른 변화를 총체적으로 또는 분야별로 깊이 파고든 책들이 ‘올해의 경제·경영서 베스트 10’에 대거 포진했다.
한경·인터파크 선정 '베스트 10'
《플랫폼 레볼루션》《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기술혁신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변화에 주목
올 한해 관련 서적 출간, 1년 전보다 4배 급증
선정 작업에는 홍성태 한양대 명예교수(경영학),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박윤우 부키 대표,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등 경제·경영 전문가·작가, 주요 경제·경영 출판사 대표 및 편집팀장 등 24명이 추천위원으로 참여했다. 김성회 소장은 “올해 경제·경영서의 중심 화두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명”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류라는 거대 주어부터 국가, 회사, ‘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란 물음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주목받았다”고 총평했다.
현재의 변화를 포착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을 제시하는 미래 전망서로서 미국 정보기술(IT) 전문가 케빈 켈리가 쓴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향후 30년을 빚어낼 ‘불가피한(inevitable)’ 기술의 힘과 변화를 상세하게 다룬다. 공병호 소장은 “여러 미래서 중에서 필독을 권할 만큼 잘 쓴 책”이라고 추천했다. 《블록체인 혁명》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는 블록체인 개념과 본질을 설명하고, 이 기술이 바꿀 세상의 모습을 두루두루 살핀다. 박윤우 부키 대표는 “지금까지 나온 블록체인 관련서 중에서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했다.《플랫폼 레볼루션》은 에어비앤비, 우버 등 세상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사례를 4차 산업시대의 특징과 연결지어 흥미롭게 정리해준다. 김은섭 경제경영서 평론가는 “기업이 플랫폼 구축이나 전환을 생각한다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소개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가 새롭게 부상하는 현상과 가치를 풍부한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설명한다. 디지털 기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아날로그의 상징인 몰스킨 노트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마케팅 서적으로는 ‘세계적인 경영 구루’ 필립 코틀러의 신작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과 모바일 마케팅의 대가로 꼽히는 아닌디야 고즈가 쓴 《탭(TAP)》이 선정됐다. 두 권 모두 정보통신기술(ICT) 등 디지털 기술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따른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제시한다. 바라트 아난드 하버드경영대학원 전략담당 교수의 역작인 《콘텐츠의 미래》는 디지털 혁명이 만든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대전환에서 승리한 기업들의 성공 비밀을 파헤친 경영전략서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이번에 선정된 ‘베스트 10’ 가운데 유일한 정통 경제학 서적이다.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가 디지털 혁명으로 심화된 ‘글로벌 불평등’의 양상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국내 저자의 책으로는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축적의 길》과 여행콘텐츠 기획사 트래블코트 직원들이 함께 쓴 《퇴사준비생의 도쿄》가 선정됐다. 2015년 서울대 공대 교수들의 프로젝트 《축적의 시간》을 총괄했던 이 교수는 후속편격인 《축적의 길》에서 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한 ‘축적의 전략’을 상세하게 다뤘다.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 시대 흐름을 반영해 비즈니스 아이템을 탐색하는 여행서의 새 모델을 제시해 추천 위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다.
◆어떻게 선정했나
올 한 해 한국경제신문 ‘책마을’ 지면에 소개된 신간들과 인터파크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제·경영서 100권 중 경제·경영 MD들이 고른 책들로 ‘2017 올해의 경제·경영서’ 1차 후보군을 추렸습니다. 경제·경영 분야 작가와 전문가, 칼럼니스트, 주요 출판사 대표 및 편집팀장 등 추천 위원 24인에게 3~5권씩 추천받고 추천 이유를 받았습니다.1차 후보군 중 복수의 선정위원들이 추천한 책들로 최종 후보 도서를 고른 후 한경 문화부 출판팀과 인터파크 도서팀이 추천 빈도와 사유, 시의성, 완성도, 독자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권을 선정했습니다.
◆추천 위원(가나다 순)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 강훈 세종서적 편집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김건희 알에이치코리아 전략콘텐츠팀장,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김세원 더퀘스트 편집팀장, 김은섭 경제경영서 평론가, 김종현 지식노마드 대표, 박윤우 부키 대표, 송상미 더난출판 편집팀장, 유병안 엑스퍼트컨설팅 부사장, 유예진 비즈니스북스 편집팀장, 윤현주 청림출판 편집팀장, 이남경 21세기북스 편집팀장,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이혜진 해냄 편집팀장, 장덕래 인터파크도서 도서사업부장, 전준석 한경BP 주간, 정명찬 다산북스 팀장,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조현경 로그인디 대표, 최주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수석컨설턴트, 홍성태 한양대 명예교수(경영학).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