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우량 등급' 자동차부품사들도 자금조달 팍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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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하락한 성우하이텍▶마켓인사이트 12월26일 오전 11시8분
CB로 눈돌려 100억 발행
현대케피코, 창사 이후 처음
콜옵션 달린 사모채 발행
적자로 돌아선 화신
만기 도래 공모 회사채 상환
자동차 부품회사들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우량한 ‘A급(신용등급 A-~A+)’ 기업도 자금조달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성우하이텍은 지난 22일 4년 만기 전환사채(CB) 1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채권금리는 연 1.5%이며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투자자인 한국수출입은행은 2021년 3월부터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환가격은 주당 1만원으로 이날 이 회사 주가(6770원)보다 3230원 비싼 수준이다. 2021년 2월부터 수출입은행이 조기상환 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도 붙었다.
성우하이텍은 매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올 들어선 공모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공모 회사채 300억원어치를 차환용으로 발행하려 했지만 사전 수요조사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해 공모 발행 계획을 접고 사모 방식으로 200억원어치를 찍었다.이 회사의 올 1~3분기 매출은 2조46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영업이익은 413억원으로 55.2% 감소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대규모 투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조달하면서 차입 규모가 증가했다. 2013년 7782억원이던 총 차입금은 올 3분기 말 1조5618억원까지 불어났다. 한국신용평가는 21일 이 회사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떨어뜨렸다.
현대자동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케피코(신용등급 A+)도 자금조달 방식을 바꾸고 있다. 19일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조기상환 권리(콜옵션)가 붙은 사모 회사채를 발행해 600억원을 조달했다. 채권 만기는 1년6개월로 그동안 발행한 공모 채권 만기(3~5년)보다 짧다. 이 중 300억원어치 채권에는 현대케피코가 한 달 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연 2.537%인 금리가 연 3.737%로 상승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나머지 300억원 규모 채권은 3개월 후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연 2.43%에서 연 5.43%로 뛴다. 이 회사는 올 들어 3분기까지 5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58.7% 감소한 수치다.
또 다른 대형 부품사인 화신은 12일 만기가 도래한 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채권시장에선 화신이 실적 부진으로 신용등급 하락 위험에 처해 이 채권을 차환하기 어려웠던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3분기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이 회사 신용등급(A-)에 ‘부정적’ 전망을 달아놓고 있다.시장에서는 자동차 부품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마저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며 “실적이 뚜렷하게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