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보호를 해외 투자 규제로 악용하는 일, 다시는 없어야

정부가 어제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5조원 규모의 LG디스플레이(LG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국 광저우 공장 건설을 승인했다. 지난 7월 공장설립 승인을 신청한 지 5개월 만이다. 정부는 다만 △국산화율 제고(소재 50% 이상, 장비 70% 이상) △차기 투자의 국내 실시 △보안 점검 및 조직 강화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OLED 기술은 국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 기술이어서 해외공장 건설 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공연히 시간을 끌어 공장 건설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내세운 조건은 LGD가 공장 착공을 발표하기 전부터 정부와 협의해 온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기술 유출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OLED는 LCD와 달리 생산공정을 복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견해다. 승인을 늦춘 건 그보다는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정부에서 대규모 해외공장 건설은 마뜩지 않았을 것이다. 차기 공장을 국내에 지으라는 조건을 내세운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규제와 각종 비용 상승으로 국내 기업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까지 이런 식으로 막으려 들면 기업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승인이 늦어지면서 광저우 공장의 2019년 상반기 제품 생산 여부도 불투명해졌다고 한다. LCD의 수익성 악화로 OLED로 사업을 서둘러 재편하려던 LGD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일로 중국 공장 증설을 염두에 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전 세계가 기업들의 사업장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기술보호나 일자리를 내세워 해외 투자를 발목잡는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