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오너가 계열사 7개서 1개로 줄인다

계열사 3곳 합병, 지배구조 개선

공정위 개혁요구에 자발적 시행
일감 몰아주기 논란 적극 해소
이호진 전 회장 1000억 무상증여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를 7개에서 1개로 줄이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태광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요구를 반영해 지난해부터 계열사 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해왔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태광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은 26일 티시스 투자사업부문과 또 다른 계열사 쇼핑엔티를 내년 4월1일부로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상품권업체인 한국도서보급은 이 전 회장이 지분의 51%, 아들 현준씨가 49%를 보유한 회사다. 합병 과정에서 티시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한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1000억원 상당의 티시스 사업부문 지분 전체는 무상으로 제3자에 증여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법적 검토를 거쳐 증여 방식 등을 결정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무상증여 등 후속 조치가 완료되면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 등 계열사를 둘러싼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모두 해소된다”며 “공정위의 자발적 개혁 요구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통합관리 등을 하는 티시스는 계열사에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태광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할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부터 지배구조개선작업을 해왔다. 이 전 회장 측은 지난해 12월 세광패션 지분을 태광산업에 매각했다. 올해 7월 55억원 상당의 와인 유통업체 메르벵 지분 전체는 태광관광개발에 무상 증여했다. 디자인업체 에스티임도 티시스에 매각했다. 이번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그룹 전체 계열사는 26개에서 22개로 줄어든다.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세광패션과 메르벵, 에스티임, 동림건설, 서한물산,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등 7개에서 한국도서보급 1개로 줄어든다.◆지주사 전환 속도 내나

이번 합병을 통해 한국도서보급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티시스는 그룹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 지분 11.22%를 비롯해 대한화섬(8.83%)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도서보급은 대한화섬(24.69%)과 흥국생명(2.91%), 흥국증권(31.25%), 티캐스트(47.67%)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국도서보급은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여서 티시스와 한국도서보급의 합병은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지주사 탄생을 의미한다. 한국도서보급이 지주사가 되면 흥국생명과 흥국증권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걸림돌이다. 현행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사는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 전 회장은 간암 3기로 투병 생활을 이어가며 7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2011년 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 4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을 선고받았다. 태광그룹은 재상고를 결정했다.태광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투병 중인 데다 모친 이선애 여사도 2015년 형집행정지 중 돌아가셔서 정상참작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봤으나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자택과 병원만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강 악화로 인한 조기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장남 이현준 씨가 아직 20대 중반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며 “형이 확정되지 않아 승계 작업을 논의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