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화들짝'… WTI 60달러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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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6개월 만에 최고가국제 유가가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유국의 감산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북해 송유관 가동 중단, 리비아 송유관 폭발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유가를 밀어올렸다.
리비아 송유관 테러로 폭발
중동 불안, 유가 상승 지속될까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2월 인도분은 직전 거래일(22일)보다 2.6% 오른 배럴당 59.9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장중 한때 6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선 지난 10월 말 60달러를 넘긴 북해산 브렌트유 1개월물이 2.7% 상승한 배럴당 67.02달러에 마감했다. 2015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로이터통신은 리비아 북부 마라다 인근 송유관이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아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는 “이번 사고로 하루 원유 생산량이 7만~10만 배럴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해 일부 송유관의 가동 중단도 영향을 미쳤다. 북해 최대 규모 송유관인 포티스를 운영하는 이네오스는 “지난 11일 송유관 미세 균열 때문에 가동을 중단했지만 일부 재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완전 가동 시점은 내년 초로 예상했다.향후 관심은 국제 유가가 반등세를 지속할지에 쏠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EPC 국가들은 지난 1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각각 120만 배럴, 60만 배럴 감산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유가는 계속 하락했다. 연초 배럴당 50달러대 초반이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개월물은 지난 6월21일 배럴당 42.53달러까지 떨어졌다. 사우디는 7월까지 하루평균 700만 배럴이던 수출 물량을 8월부터 40만 배럴 줄이는 고육책도 썼다.
국제 유가는 사우디의 수출 물량 감축으로 다시 반등세를 탔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것도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낙관적인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내년 말까지 감산을 재연장하는 데 합의했다는 점에서 추가 반등할 것으로 관측했다.그러나 미국 셰일업계의 증산은 유가를 끌어내리는 공급 측면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가 반등세가 일정 선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 미 셰일업계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하루평균 960만~970만 배럴인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내년 100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산유국 일부에서 감산 종료 이후의 ‘출구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강한 반등세를 가로막을 요인으로 지적됐다. 해리 콜빈 롱뷰이코노믹스 이사는 “(감산 연장에다) 중동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유가 상승을 낙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향후 3개월에 걸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