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학교폭력 막고 고민상담 '척척'… 학교전담경찰의 또 다른 이름은 '쌤'

TV 속 경찰
“무조건 감싸주는 게 애들을 위하는 걸까요?”

지난 9월 종영한 드라마 ‘학교 2017’(사진) 속 학교전담경찰관(SPO)인 한수지 순경(한선화 분)은 “시험지를 훔친 학생을 모른 척해주자”는 교사의 부탁에 이같이 반문한다. “아이들 인생을 책임지지 못할 거면서 지금 당장 감싸주는 건 의미가 없다”던 그는 속으로 어린 학생을 형사 처벌하는 게 과연 옳은지 깊이 고민한다.5년째 SPO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 서부경찰서 박남선 경사(사진)는 “SPO는 학생들에게 ‘쌤’과 ‘형사님’을 오가는 사람”이라며 이 장면에 공감했다. 박 경사는 “잘못된 행동에 정당한 처벌을 내려야 반성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면서도 “학교에서 만나던 학생들을 경찰서에서 피의자로 만나면 속상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경찰은 2013년부터 SPO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1100여 명의 SPO가 일선 학교에 배치돼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을 담당한다. 박 경사는 SPO 출범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창단멤버’다. 서부서 관할 지역 내 학교 중 초등학교 3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1곳, 대안학교 2곳 등 10개교를 담당하고 있다.SPO는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자리다. 박 경사의 명함에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ID가 적혀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학생만 4800여 명이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들도 박 경사에게 SNS로 상담을 요청한다. 퇴근 뒤에도 수시로 알림이 울려 아내로부터 ‘5분 대기조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최근 학교폭력 유형이 ‘사이버폭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SPO 초기에는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았다. “경찰이 왜 학교에 오냐”며 존재 자체를 낯설어했다. 최대한 ‘얼굴도장’을 많이 찍는 수밖에 없었다. 박 경사는 “매일 아침 학교 앞에서 인사하며 학생들에게 ‘너에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SPO가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렸다”고 했다. 처음엔 ‘경찰 양반’으로 불리던 드라마 속 한 순경도 어느 순간 ‘쌤’이 됐다.

특히 ‘아픈 손가락’도 있다. 중3 A양은 불안정한 가정환경에 방황하느라 학교 결석이 잦았다. 박 경사는 A양의 담임교사로부터 “3일만 더 무단결석하면 졸업유예인데 어디서 지내는지 연락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A양을 찾아내 1주일간 직접 차로 등교시켰다. 결국 학교를 그만둔 A양이 전과 누적으로 구속됐을 때 영장을 집행한 사람도 박 경사였다. A양이 소년보호시설에서 나온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립을 돕고 있다. 드라마 속 한 순경은 문제학생을 힘으로 제압하기도 하지만 박 경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른바 ‘문제학생’은 대부분 애정에 굶주린 아이들”이라며 “이들을 변화시키려면 이름을 외워 불러주고 수시로 연락하는 등 ‘너를 믿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