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약 2018 다시 뛰는 기업들] 얼어붙은 무술년 기업 환경, 무사히 술술 풀리려면 혹독한 변화와 혁신뿐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정부 親노동정책에 원화 강세까지 겹쳐

재도약 나선 기업들, 주력사업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 마련… 무술년 힘찬 출발
올해 기업 환경은 악재투성이다. 대내적으로는 정부의 친노동정책과 강화되는 기업 규제가 부담이다. 최저임금은 2020년까지 1만원이라는 목표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매년 최소 15% 넘게 올라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은 기업들에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논의대로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 경우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연간 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국경제연구원)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통상임금 범위 확대, 휴일·연장근로 중복할증, 탈(脫)원전 기조로 인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등의 악재도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이다. 여전히 강성 노조의 기세는 드세다. 잇따른 친노동정책은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걱정거리가 많다. 미국을 필두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원화 가치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와 국제 유가도 오름세를 탔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다시 짜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경영 환경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지만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잠시 손을 놓으면 바로 도태된다. 기업들이 어느 해보다 혹독한 변화와 혁신을 준비하는 이유다.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에서 ‘초(超)격차’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미국 시장에서 82인치 LCD(액정표시장치) TV를 4000달러대의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기로 결정한 것도 경쟁사와의 격차를 최대한 벌리겠다는 의도다. TV 대형화 추세를 주도하며 세계 TV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82인치 TV를 주력 제품으로 설정, 초대형 TV 시장을 2~3배 성장시킬 경우 전체 시장 판도도 요동칠 전망이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LG그룹도 가전제품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초소재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는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인 ‘LG시그니처’를 지속 확대하고 올레드 TV, 트윈워시 등 혁신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확대, 판매 최우선 지원 체제 구축 등을 통해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한다는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시장별로는 미국과 중국 시장 회복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판매전략을 확정했다. 미국 시장에는 올해 신형 싼타페와 소형 SUV 코나, 럭셔리 중형 세단 G70 등 신차 3종을 투입한다. 투싼 부분변경 모델과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도 내놓는다. 중국 시장에서는 SUV 중심의 현지 전략형 모델로 반전을 꾀한다. 중국형 코나와 소형 SUV 엔시노를 올 1분기 중국 현지에 출시할 예정이다.

◆새로운 가치 창출 통한 도약SK는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최근 들어 신규 성장 영역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지난해 6월 SK바이오텍은 세계적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원료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2016년에는 국내 카셰어링 업체 쏘카 지분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1위 개인 간(P2P) 카셰어링 업체인 투로 지분도 사들였다.

롯데는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다양한 외부 데이터 및 내부 매출과 제품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신사업 개발 및 출시를 위한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와 대화하고 상품을 제안해 주는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도 개발했다. 포스코도 미래성장 사업 육성에 나선다. 고유기술에 기반한 철강사업 고도화로 경쟁사와의 수익력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동시에 고망간(Mn)강, 기가스틸, 리튬, 양극재용 고순도 니켈, 2차전지 양음극재 등을 그룹 성장의 큰 축으로 키워 나간다는 방침이다. LS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초전도케이블, 마이크로 그리드,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친환경적 에너지 효율 기술 상용화에 주력한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제련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나서고 있는 LS니꼬동제련이 대표적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