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상품시장 전망] "채권 비중 줄이고 만기는 짧게… 구리 등 원자재에 관심 가져라"

"韓·美 통화긴축 움직임 따라
국내 채권가치 점진적 하락"

금리 상승기에도 안정적 수익
美 하이일드·신흥국 채권 주목

구리·니켈·아연 등 산업용 금속
美·中 인프라 투자 확대로 유망
2018년 국내 채권금리는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승(채권가격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드는 셈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보유 채권의 만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기동(구리) 니켈 아연 등 산업용 금속은 미국과 중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막 내린 저금리 시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의 벤치마크(기준)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12월29일 연 2.135%에 마감했다. 지난해 초(연 1.638%)보다 0.5%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전병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 Fed,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에서 ‘긴축’으로 바뀌면서 시중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탔다”고 말했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지난 10년간 하락을 거듭한 시중금리가 급격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혼란에 빠진 한 해였다”고 설명했다. 시중금리 상승에 더해 세계적으로 주식 등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채권형 펀드의 작년 평균 수익률은 0.8%(에프앤가이드 집계)에 그쳤다.전문가들은 한은과 Fed의 통화 긴축 속도가 올 하반기로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누적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면서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한은도 3분기에 한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픽스드인컴운용팀장은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라며 “Fed의 통화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도 더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채권의 기대수익률을 낮추라”고 조언했다. “채권 만기가 길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이 커지는 만큼 만기를 최대한 짧게 조정하는 게 좋다”고도 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국내 채권보다는 금리 상승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미국 하이일드(고수익) 채권이나 신흥국 채권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9년 만에 찾아온 원자재 랠리구리 니켈 아연 등 산업용 금속은 2009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제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29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719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초(5584달러)보다 28.8% 올랐다. 니켈과 아연 선물 가격도 작년 한 해 각각 21.8%, 27.4% 상승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용 금속 가격은 통상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국면에서 높은 상승세를 탄다”며 “최근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가 커지면서 가격 오름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공약인 1조달러(약 108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산업용 금속 가격이 고공비행하면서 원자재 재테크 상품도 빛을 발하고 있다. 국제 구리가격을 추종하는 ‘신한 구리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은 지난해 27.8% 올랐다. 전문가들은 산업용 금속 가격이 올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구리 아연은 광산 파업 등의 여파로 공급 부족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선물 관계자는 “구리가격은 조만간 t당 75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미국 인프라 투자 기대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인 금값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지난해 12월20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