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투자증권 경영권 분쟁 5개월 만에 '마침표' 찍나

권성문 회장·이병철 부회장 '주식 우선매수권' 담판

이병철 부회장 '1대 주주' 공시
"권 회장 지분 18.76%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양측 대리인 협상 테이블에

협상 결렬 '불씨'는 남아
가격 외 부대조건 놓고 이견…결렬 땐 법적공방 가능성
새해 첫 주식시장 개장을 두 시간 앞둔 2일 오전 8시. KTB투자증권이 2대주주 이병철 부회장의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냈다. 이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에 따라 회사 최대주주인 권성문 회장 지분 18.76%(1324만여 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었다. 계약이 그대로 이행되면 이 부회장은 단숨에 KTB투자증권 지분 32.76%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지난 5개월간 이어진 KTB투자증권 경영권 분쟁이 이 부회장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KTB투자증권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용보장 등 주식매매계약의 비가격 요건에서 양측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불씨’는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권 회장은 지난달 19일 보유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이 부회장에게 인수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2016년 4월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이 ‘공동 경영’을 약속하며 맺은 주주 간 계약에 우선매수청구 조항을 명시한 데 따른 것이다.

권 회장이 제시한 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이날 종가 3625원보다 38% 높은 수준이었다. 총인수가는 662억원. 이 부회장은 높은 가격임에도 이를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우선매수권은 권리를 행사하는 즉시 ‘계약’이 체결된다. 이 부회장 측 관계자는 “권 회장이 보유주식의 제3자 매각을 통지했고, 이 부회장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권 회장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외 부대조건이 막판 걸림돌이다. 권 회장 측은 이날 공시 직후 “이 부회장이 가격 외 다른 부대 계약 조건을 거부하고 있어 계약은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부대조건을 조율하기 위해 양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테이블에 마주 앉으면서 ‘협상 타결’ 기대가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이 법적 공방을 벌일 가능성은 있지만 우선매수권이 사라지거나 계약이 파기되는 상황으로 갈 여지는 적다”고 설명했다.권 회장과 이 부회장은 2016년 7월 KTB투자증권 공동 경영을 발표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인사 문제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권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으며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권 회장이 지난달 장내에서 회사 주식을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은 ‘지분 경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이후에도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했다. 지난 한 달간 매입한 주식은 286만9973주(6.37%)로 취득원가는 124억원 수준이다.

권 회장의 이번 주식 매각 시도는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달 ‘대주주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6년 만에 지분을 장내에서 사들였지만 매수와 동시에 보유지분 매각을 시도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권 회장이 지분 매입을 선언한 지난달 5일 KTB투자증권 종가는 3835원이었다. 지분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 회사 주가는 한때 5040원(지난달 11일)까지 올랐다. 권 회장이 장내에서 매입한 지분의 평균 주가가 4300원 선임을 감안하면 한 달간 시세차익만 20억원에 달한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권 회장이 취득한 지분을 매각해 차익이 발생하면 이익은 모두 회사로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선매수청구권

기존주주가 주식을 제3자에게팔 때 계약체결 내용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 당사자보다 먼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

김태호/홍윤정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