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임원은 퇴진?'… 롯데·신세계는 '60대 전성시대'

"경험·관록 필요한 유통업 특성 반영된 듯"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이 주도한 '60대 임원 퇴진' 바람이 지난 연말 재계를 휩쓸었지만, 유통 맹주인 롯데와 신세계에서만큼은 60대 전문경영인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63세가 되는 신동빈 회장이 최근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롯데그룹의 핵심 전문경영인들은 대부분 60대다.

신 회장의 핵심 측근이자 신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공동대표를 맡은 황각규 사장이 63세이고, 이원준(61) 유통 사업부문(BU) 부회장과 송용덕(62) 호텔&서비스BU 부회장, 이재혁(63) 식품BU 부회장, 허수영(66) 화학BU 사장 등 4대 BU장 모두 60대다.

가장 연장자인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사장)은 67세다.롯데는 신 회장 재판 일정 등으로 지난 연말 하지 못했던 그룹 임원인사를 조만간 단행할 예정이지만 지난해 초 인사에서 신설 조직인 BU장으로 임명된 이들이 1년 만에 교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황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면서 그룹 내 위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재계의 거의 유일한 1세대이자 90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그룹을 이끌었던 롯데는 전통적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령대가 높기로 유명하다.롯데 관계자는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90대 초반까지도 그룹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던 까닭에 CEO들도 자연스럽게 다른 그룹에 비해 연령대가 높았다"며 "2세 체제로 넘어간 지금은 그때보다는 연령대가 약간 낮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도 만만치 않다.

올해 74세인 이명희 회장이 여전히 실권을 쥐고 있는 신세계는 지난 연말 임원인사에서 2명의 60대 CEO가 교체됐지만 아직도 60대 CEO들이 주요 계열사를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올해로 11년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석구(68)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실적을 바탕으로 매년 인사철마다 꾸준히 제기되는 세대교체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타벅스커피코리아 CEO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신세계의 간판 계열사라 할 수 있는 이마트의 이갑수(60) 대표와 차정호(60)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도 탄탄한 실적과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롱런할 채비를 갖춘 경영인으로 꼽힌다.

재계 전문가들은 변화가 빠른 전자와 정보기술(IT) 업종 중심인 삼성이나 LG 등과 달리 유통업계는 오랜 경험과 관록이 필요한 업종 특성상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전문경영인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인사권자인 롯데와 신세계의 사주가 60∼70대로 나이가 많은 것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연말 재계 인사에서는 삼성발 60대 임원 퇴진 바람이 거셌지만 유통 맹주인 롯데와 신세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업종의 특성과 함께 관록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인사권자의 판단 기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